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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느러미

2016

by 황필립

오늘 새벽.

나는 내 얼굴을 가위로 찌르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가위의 날을 내 뺨에 깊게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검은색 주방용 가위를 바라보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가위 앞에 앉아서 머리카락을 뽑다가 손톱으로 팔과 얼굴을 긁었다. 피부를 뜯어내고 싶었다.


손을 내려다보니 손톱에는 살점이 붙어 있었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더니 얼굴은 피부막과 살점이 긁혀 희고 붉게 일어나 있었다. 차가운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물이 조금만 닿아도 쓰라렸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다. 물속에 손을 넣고 부드럽게 움직일 때 느껴지는 찰랑거리는 물결의 차가운 감촉이 좋았다. 코발트색의 베타가 된 기분이었다. 열대어 베타의 부드럽고 화려한 지느러미가 만져지는 것 같았다. 얼굴을 씻으며 생각했다. 이 물에 내 존재 자체가 씻겨지고 녹아내려 배수구를 타고 사라지면 좋겠다고. 얼굴과 손부터 부드럽고 천천히. 살랑거리는 코발트색 베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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