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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2017

by 황필립

나는 작별하였다.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과

내가 사랑한 모든 감각들로부터 작별하였다.


차가운 바람과 어슴푸레한 하늘,

뺨을 가볍게 스치는 빗방울과도 작별하였다.


내가 증오한 모든 생명체들과도 작별하였다.

몸속의 피와 장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과도 작별하였다.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빠져나갔지만

나는 나를 너무나 증오했다.

나는 결코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나를 스쳐가고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모든 것들에게 인사를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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