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주선율

2017~2020

by 황필립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 기억들은 나의 밤과 아침을 바꾸어 놓았다

뒤집혀 버린 상자 속의 나날들.

상자는 때로는 광활했고 때로는 협소했다

상자를 열어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상자 안의 생활은 단순했다.

우울이 아닌 절망을 느끼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절망은 나의 전부였다

내가 가진 것은 절망뿐이었던 것이다.


나는 살기에는 너무도 낡고 지쳐버렸다.

희미해져 버린 나를 반겨주는 것은 표독스러운 공기와 바람뿐.

그 사이로 몸을 던지고 싶어도 나는 뒤집힌 상자 안에서 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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