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그들은 내 기억에서 너를 지우려고 한다.
그들은 나의 모든 것이 너로 이루어졌음을 모른다.
네가 나의 시야와 손끝에서 소멸되는 순간, 나에게 진정한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나의 마지막을 모른다. 그들은 내 삶의 끝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 삶의 끝을 보았다.
나의 모든 것이 너를 위해 존재했지만 나는 사랑하는 너를 잃었다. 나는 나를 잃었고 너와 함께 살아온 내 삶을 잃었다. 네가 없는 이곳에는 미련이 없다. 네가 없는 곳에서 만들어진 기억은 전부 안개 같다.
어둠 속의 짙은 안개는 혼돈을 가져온다.
하지만 너와 함께한 어둠 속의 안개는 광활한 행복과 온기가 되어 우리의 가장 뜨거운 곳으로 촉촉하게 스며들었다. 안개는 조금씩 힘을 잃었고 우리는 맑은 하늘과 가까워져 갔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린다.
그들은 이미 떠나간 너를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더 멀리 보내려 한다. 하지만 나는 네가 다시 내 이름을 부를 것을 알고 있다.
눈을 감으면 타버린 장작 같은 너의 시신이 보인다. 나를 향해 잔뜩 웅크리고 입을 벌린, 너의 푸르스름한 몸. 절규하는 시신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