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 바다로 떠난 아이의 뒷이야기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선명한 사람이었다.
내가 여기서 '믿을 수 없을 만큼'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보석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그의 타고난 성질 때문이다.
그가 사랑하고 그를 시랑 했던 사람들은 모두 죽음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그중에는 스스로 세상과 작별한 사람도 있었고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너무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그는 홀로 남겨져 어디에도 기댈 수 없었으며 그를 찾아오는 소식도 없었다. 그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그에게 위안이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는 경이롭게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신이 그에게 가혹한 시련을 줄 때마다 그는 밤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에게도 '죽은 이들의 몫까지 살아가는 것 ' 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죽은 이들의 삶까지 대신 살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남은 삶을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아갈 것, 이것이 그가 폭풍우 치는 세상과 싸우며 쟁취해 낸 진실이다.
그에게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와 그를 떨어뜨리고 밟아 그를 시들게 할 테지만 그는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 다시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