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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Feb 18. 2022

안개이슬

2021

수척한 얼굴의 잎들이 힘없이 쓰러져있다.

날이 저물면 그들은 거리의 모퉁이에 모여 저마다의 지난날을 이야기 하며 과거를 나눈다.

거친 아스팔트 도로의 구석진 곳,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하수구 옆이 그들의 자리이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어둡고 황량한 거리에 그들은 웅크려 있다.

희망은 그들에게 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희망 때문에 괴롭다.

이제는 나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몸을 쓸고 지나가지만 그들은 이미 거리의 추위에 무뎌진 지 오래다.

밝고 거대한 보름달이 그들을 비추면 달빛에 자신의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드러나 버렸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몸과 서로의 얼굴을 살핀다.

그들의 초라한 몸을 비추던 달이 떠나고 대기 속에 시내버스의 첫차가 정류장을 지나가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 그들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거대한 트럭에 실려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지 못한 채 길고 긴 여행을 떠난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 모두가 맞이할 운명의 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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