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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Feb 18. 2022

지옥에 대한 애착

2018

당신의 고통이 오로지 나의 것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이 아파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파할 수 있다면

당신 대신 내가 가시덩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당신 대신 내가 검붉은 피를 흘릴 수 있다면 

당신 대신 내가 악몽을 꿀 수 있다면

당신 대신 내가 타들어 갈 수 있다면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꿈에서도 멀어지리

내 평생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꿈을

만약 당신이 추락하게 된다면, 

나는 나의 날개를 이룬 새하얀 깃털을 뽑아서 당신 곁으로 가리라. 

그러나 당신이 이곳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나는 기꺼이 바닥에 몸을 굽혀 당신이 나의 등을 밟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리다. 

이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지만, 당신에게 나의 사랑은 위로가 되지 않으며 

사랑은 위로가 되어서는 아니되기에 나는 아직 남아 있는 나의 숨결을 느끼며 묵묵히 바람을 맞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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