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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Feb 18. 2022

들의 백합화

2021

우리는 타인의 눈에 딱히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외면한 서로의 아득한 외침에 촉각을 세웠다.

불안이 내쉬는 규칙적인 숨소리에 우리의 귀가 길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는 해와 구름의 깊고 좁은 붉은 틈으로 우리의 짧은 평화가 말려 들어간다.

이제 곧 우리는 각자의 절망 속에서 꿈을 꿀 것이다.

우리는 그 꿈속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벌건살과 시퍼런 멍을 드러낸다.

우리의 눈물로 지어진 집에서 불규칙한 안정을 취한다. 하지만 눅지고 찌들어가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다.

우리의 몸은 여전히 울긋불긋 피어나는데,

절망은 힘차게 나아간다.


그래도 우리는 별처럼 모여 우주를 만든다.

희망을 애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상이 죄가 되지 않는

우리의 슬픔과 절규로 만들어진 우주에서 

그래, 꿈을 꾸자.

우리의 절망이 떨어지며 우리에게 애원하는 소리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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