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03. 일기
불안은 내 영혼을 이불처럼 덮고 잠을 잔다. 그는 나의 영혼 속에 숨어 남몰래 숨을 쉬고 그의 정체는 교묘하게 탄로 나지 않는다. 그가 마치 나인 것처럼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몸집이 조금씩 커질 때마다 정체를 들킬세라 내게 더 깊이 파고든다.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민첩한 꼬리는 비 오는 날 담벼락을 오르는 달팽이처럼 끈적이는 액체를 남긴다
행복의 과육은 언제나 희망과 불안으로 세밀하게 짜인 껍질에 싸여 있다. 이 과육을 삼키려면 껍질을 매끈하게 도려내야 하는지 그게 아니면 희망과 불안의 껍질을 함께 씹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은 오디를 먹은 것처럼 보랏빛으로 물들고 손톱에는 검푸른 찌꺼기와 알갱이들이 모래알처럼 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