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오랜 시간 비에 젖어
누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다
잠을 자는 풀잎이 주는 청완함은
해소될 수 없었던 나의 갈증을 풀어준다
나는 파리한 손을 꺼내 서툴게 뻗어본다
응고되었던 나의 신경들이
달빛을 닮은 개나리의 피부와 닿자
천천히 녹아 움직인다
나에게도 따사로운 것이 있다는 것•••••
가녀린 가지에 매달린 매화는
피가 성한 모습조차 아름답다
닿을 수 없이 푸른 하늘을
자개빛 목련과 함께 올려다본다
여유로운 길거리의 대화와
계절의 자디잔 흔적
그리고 떨어지는 꽃잎이 주는 것은 무엇인가
텅 빈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서럽거나 외롭지 않아도 될 것 같든 순간들
굼뜬 서행을 향한 차가운 동공들이 사라지고
균형과 출구를 찾지 않아도 되는.
그리하여 남겨진 낙엽들
글/그림 푸른 연못
글 2021
그림 2022 (종이에 과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