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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연못 Jan 26. 2023

기이한 버릇

나는 바다가 너무 좋아서 죽음을 떠올리고 그것을 시도할 때에도 바다로 향했다.

나는 내 뼛가루가 바다에 뿌려지기를 원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때에도 축적된 괴로움으로 몸속의 내장이 터져버릴 것 같을 때에도 나는 바다의 차갑고 비릿한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어쩌면 그 이유는 내가 바닷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바다에서 삶의 끝을 내고 싶다. 죽음으로 향할 때도 삶으로 돌아가려 할 때도 바다를 떠올리는 것은 나의 출생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규칙 같기도 하고 나의 기벽 같기도 하다.


내 발에 밟히는 자갈들은 내가 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부터 내가 보지 못한 수많은 별들을 오래전부터 지켜봐 왔다. 그들은 내가 재가 되어 보지 못할 새로운 탄생들을 볼 것이다. 그들은 조금씩 마모되어 가면서도 별들의 죽음과 태어남을 지켜본다.


어떠한 기쁨이나 안식도 없는 막연한 시간 속에서 곪아가고 있을 때 아주 가끔 어떤 사건들이 생기곤 한다.

그것들은 한여름 뜨겁고 검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진 물 한 방울처럼 빠르게 증발되어 기억 속에서 잊혔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환기되어 내게 살아갈 핑계나 죽음의 고요가 나를 부를 때 망설일 이유를 준다.


강렬한 괴로움이 내 목을 태울 때, 그 위안들은 나의 발 밑에 차갑고 부드러운 파도가 밀려오게 하고 고개를 들어 가장 밝은 별을 찾아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이 위안들은 드물기에 나는 위안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그리워한다.


바다와 별을 머릿속에 끝없이 그리면서. 나를 조롱하려는 듯한 그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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