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설렁 살아가기를
선(線)
임현숙
얽힌 전선들 사이
문득 내가 끌고 온 선을 보네
늘 외길처럼 뻗던
내 삶의 중심 선
안개 속 풍경을 좋아하면서도
끝내 그 너머를 밝히려 했지
빈 몸으로 걸어도 될 길을
나는 애써 전선 위 물동이를 이고 다녔어
흐릿한 마음결로
그저 스며들어도 될 걸
이마에 고랑 새기고서야 알았네
끌고 온 선 위에
머리 위 무게를 내려놓네
쉼표 하나
물동이 자리에서 긴 휘파람 불지
내 어깨 위에 걸린 저물녘 하늘빛
파랑파랑 일렁이네.
-림(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