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다=행복하다
이민가방
임현숙
동대문 시장 출신 이민가방 비행기 타러 간다
배가 빵빵한 것이 줄행랑치는 펭귄 뒷모습이다
병 안에 모래 담듯 빈틈없이 채워져
금방이라도 게울 것 같다
여자의 어깨에서 가벼이 꼬리치던 핸드백이
머리에 턱 걸터앉는다
'루이 xx' 이름표가 큰 바위처럼 무겁다
몸값이 양반과 노비의 차이여서 초라해지지만
이민가방은 날씬한 핸드백이 부럽지 않다
지난날의 기억과 손때 묻은 것들
다시 살 수 없는 보물을 삼킨 불룩한 배가 으쓱하다
낯선 땅에 도착해 간 쓸개까지 다 비우고 나면
컴컴한 창고에 쭈그러져 출옥을 기다리는 죄수 신세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승전고를 울리는 장수처럼 당당하다
'핸드백, 난 너의 모든 걸 담을 수 있지만 넌 나를 품을 수 없지'
시장표 이민가방 양반걸음으로 공항을 누빈다.
-림(202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