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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Jul 13. 2024

이민가방

평범하다=행복하다

이민가방 


임현숙  



동대문 시장 출신 이민가방 비행기 타러 간다

배가 빵빵한 것이 줄행랑치는 펭귄 뒷모습이다 

병 안에 모래 담듯 빈틈없이 채워져

금방이라도 게울 것 같다

여자의 어깨에서 가벼이 꼬리치던 핸드백이 

머리에 턱 걸터앉는다

'루이 xx' 이름표가 큰 바위처럼 무겁다

몸값이 양반과 노비의 차이여서 초라해지지만

이민가방은 날씬한 핸드백이 부럽지 않다

지난날의 기억과 손때 묻은 것들

다시 살 수 없는 보물을 삼킨 불룩한 배가 으쓱하다 

낯선 땅에 도착해 간 쓸개까지 다 비우고 나면

컴컴한 창고에 쭈그러져 출옥을 기다리는 죄수 신세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승전고를 울리는 장수처럼 당당하다

'핸드백, 난 너의 모든 걸 담을 수 있지만 넌 나를 품을 수 없지'

시장표 이민가방 양반걸음으로 공항을 누빈다.   


-림(20230830)




https://youtu.be/jHKHH2O3q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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