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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May 02. 2024

안개 도로

지금 이대로를 감사하며

안개 도로 


임 현 숙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 

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 

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 

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 

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에 업은 삶의 무게가 저 길만 할까 싶다 

달리는 쇳덩어리에 고스란히 밟히다가 

달빛이 교교한 새벽녘에서야 숨을 돌린다 

신과의 싸움에서 진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 

거북등 같은 저 길도 돌아눕지 못하는 모진 형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수은등 빛 안개가 아픈 등을 핥으면 

워어워엉 슬픈 울림이 안갯속을 걸어 다닌다 

길은 붉은 눈물을 떨구고  

바라보는 내 등에 날개가 돋는다. 


-림(20140117)



https://www.youtube.com/watch?v=mh8FuE-jPv4&t=1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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