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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데레사 Apr 27. 2019

일취월장

아줌마도 읽으면 좋은 "일취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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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간, 특히 최근 반 년동안 거의 매일 뼈아대와 신박사TV를 시청하면서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드디어!! 사흘 동안 참 달게 읽었다. 유튜브 강연을 따로 메모를 하면서 열심히 듣지는 않았지만, 시나브로 들은풍월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매우 뿌듯했다. 게다가 나 같은 전업주부도 인생을 대하는 관점이 이렇게 넓고 유연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될 정도다. 소제목에 낚여서 이 책을 읽지 않았던 1년 세월이 아까울 따름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일, 비즈니스 분야이다. 학과와 직업 선택, 회사 선택, 사원 선택, 비즈니스 모델 선택, 경영 전략 선택, 마케팅 방향 선택, 주력 신제품 선택, 시장 선택, 자영업 장소 선택, 해외 진출 선택, 협력 업체 선택, M&A선택, R&D선택 등 일에 대한 거의 모든 분야는 게리 클라인의 세계가 아니라 대니얼 카너먼의 세계이다.
결국 일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직관은 통찰이 아니라 망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선택의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즈니스 분야를 다룬다는 책이라고 겁먹지 않아도 됐을 일이었다. 일상에 대입할 수 있는 케이스가 생각 보가 많기 때문이다.


1장 운(運)

픽사의 성공스토리와 블랙스완의 여러 예(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를 들며 인생과 비즈니스에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요소가 있음을 절실하게 받아들이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 후에 운과 실력의 영향력을 정밀하게 측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육아나 가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좋은 성적은 운이 작용한 요소가 많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태어난 점, 기억력이 좋은 머리, 경제력 있는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환경. 이런 건 운이다. 운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진정한 나의 실력치를 가늠할 수 있고 미래에 내가 결과를 내야 하는 일을 했을 때 냉정하게 판단하고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좋은 인성을 갖추었다면 운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베풀 줄 아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대놓고 이 책은 복잡계에 대한 책이며, 그래서 "운"편을 맨 앞으로 놓았다고 한다. 난 복잡계를 이해할 만큼의 배경지식이 없지만, 운 편의 내용은 십분 공감한다. 특히 고작가의 심화 부분에 멱법칙창발성에 관한 내용은 매우 새롭고 재미있었다. 이것만 이해하더라도 세상사에 관한 불만이나 의문이 반은 줄어들 것이다.


2장 사고(思考)

이 책에서 언급하는 사고는 반성적 사고, 통계적 사고, 맥락적 사고, 시스템적 사고, 재무적 사고 등이 있다.

풍부한 역사적 예시와 현실 비즈니스 케이스로 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모두 다 하나같이 중요하고 쓸모 있는 사고방식이지만 특히 반성적 사고 부분의 Daily Report의 유용성은 더할 나위가 없다. 사실 나도 몇 번을 쓰다가 실패했을 정도로 단순하지만 어렵다. 계속 실패하고 있지만 언젠간 성공하리라 믿으며 몇십 번을 작심삼일 중이다.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사고방식은 맥락적, 시스템적 사고방식이다. 나의 경우 10년간 직장생활 없이 육아만 하다 보니 맥락적 사고와 시스템적 사고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목적성 있는 사모임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상 시야가 항상 가족과 누구 엄마 같은 가까운 이웃에만 한정되다 보니 전체를 보며 사건의 맥락을 짚어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엄마들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이웃과 갈등이 생기거나 자녀의 학교생활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할 경우 감정적이고 한정된 시야로 대응해서 아쉬움을 남기기 십상이다. 사건이 어떤 맥락으로 전체와 어떠한 유기적 연결성을 가지고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


3장 선택 (選擇)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회사를 나올 때 부서 신입사원에게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라는 책을 선물해 주었다.

책 내용 중 내 인생은 선택의 총합, 후회도 영광도 내 몫이라는 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온라인 서점에서 10주년 기념판이 다시 나온 걸 보고 얼마나 격세지감에 떨었던지!) 인생이건 비즈니스건 모두 선택의 연속이다. 이 책의 3장에 서는 선택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들이 나와있다. 다른 장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실례를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3장의 마지막 부분 신박사의 대학 진학에 대한 에세이와 고작가의 진로선택에 관한 내용은 아주 실용적이다. 요즘은 초등과정부터 입시의 시작으로 보고 있기에 특히 대학 진학에 대한 관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진로선택(취업) 또한 입시의 최종 목표이기에 독립적 사고 대상이 아니다. 하여 맹목적인 입시교육의 열기에 타버리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을 교육관과 직업관을 가지고 있다면 현재의 교육제도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휩쓸리는 일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4장 혁신(革新)

혁신 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실패의 양이 성공의 질을 규정한다"는 내용이다. 혁신은 하루아침에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핍과 한계상황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시도했던 다작과 실패작에서 꽃피는 것이다.

요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 중 대다수는 단 4명의 작곡가, 즉 바흐, 베토벤,모차르트,차이콥스키 작품이다. 바흐는 10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겨 그가 남긴 모든 악보를 손으로 옮겨 쓰려면 수십 년이 걸릴 정도지만, 자주 연주되는 작품은 극히 일부다. 다른 세 작곡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12가지 인생의 법칙_조던 B.피터슨 저)

새로운 배움이건 사교활동이건 요리건 안 할 이유가 없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경력 단절단절시키기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아야 한다.


5장 전략(戰略)

혁신 편의 내용이 확장되어 린스타트업과 애자일 개념이 나온다. 처음부터 세상을 놀라게 할 명품을 만들려 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건만 맞춘 제품을 재빨리 출시하고(Minimum Viable Product) 시장 반응에 맞추어 전략을 수정 혹은 전환하는 것이'린 스타트업' 전략이다. 일의 초반부터 완벽을 기하며 속도를 늦출 필요가 없다. 사실 완벽주의는 나의 가장 빈번한 변명거리였다. 아이들 읽을 책 한 질 사더라도 더 싼 거, 더 좋아할 거를 고르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되돌아보면 뭐든 얼른 사서 아이들이 읽는 걸 보고 다음 책을 정해야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책을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행히 책을 쌓아놓고 보는 아들이라 고마울 따름이다. 비슷한 예로 엄기호 작가는 언제나 넘치도록 전두엽으로 시뮬레이션만 주구장창 돌리고 '나도 그건 알아요'라고 얼버무리되 실행력 제로인 청년세대를 꼬집지만 내가 꼬집힌 듯 아프다.


6장 조직(組織)

신뢰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경기력 향상 약물이다.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 신뢰는 개개인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약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책에서 인용한 도브 세이드먼(LRN설립자,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비즈니스 조직과 가족은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구성원 간의 신뢰는 넘치도록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전자는 금전적 이익과 높은 심리적 보상을 취하고 후자는 내적 풍요로움과 행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조직 운영에서 팀워크, 경력단절 여성에 관한 작가들의 견해를 보며 앞으로 두 작가가 만들어낼 건강한 조직을 기대해 본다.

 

7장 미래(未來), 8장 성장(成長)

인류의 최대 단점은 지수함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앨버트 바틀릿의 위의 견해를 인용한 작가의 고민은 급변하는 IT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과 맞닿아있다. 이는 복잡계의 수많은 변수와 그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인간이 마주한 난제다. 도대체 감이 안 온다. 이러한 미래를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호모 아카데미쿠스, 즉 학습하는 인간을 말한다. 정답을 갖고 있는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해답을 찾는 방법을 학습하는 인간 말이다. 이를 가장 잘 실현할 방법으로 독서를 꼽는다. 아들이 학교 시험 문제 정답을 잘 맞추어 오지 않아도 꾸준히  책만 읽는 뒷모습을 날려준다면 흐뭇할 수 있는 나도 같은 생각이다. 독서라면 힘든 이 세상 조금은 덜 뒤처지고 덜 외롭고 덜 흔들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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