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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Oct 19. 2021

사랑이 식은 것 같아

"아빠는 요즘 왜 매일 출근해?"


밤 10시가 되도록 집에 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던 아들이 묻는다.

부서 이동과 함께 무려 4년 하고도 2개월 만에 홈 오피스 라이프가 막을 내리고 남편의 출근이 시작됐다. 귀국하고도 무려 만 1년 만.

그사이 아빠 일하는 방을 벌컥벌컥 문 열고 들어가 수시로 존재감을 확인받고 애정 표현을 하던 아들은 아빠의 부재가 아니 출근이 영 못마땅한 상황.


안 되겠다는 듯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를 건 아들이 다짜고짜 한다는 말,

"아빠, 이제 사랑이 식은 거 같아."

그러고 '언제 와', '빨리 와'를 한 열 번쯤 말하고 전화를 끊더니 나를 보고 씩, 웃음... 도발이다.


아들의 반 진담 반 연기에 부랴부랴 약속 자리 접고 돌아온 남편은 아들 침대로 쏙 들어가 어떻게 그런 섭섭한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기 시작하는데, 아이고 이런 달달한 아니 뜨거운 사이가 또 있을까.


'아빠가 복병'이라는 집들이 많은데 우리 집은 아빠란 존재가 아들에게 '복' 그 자체다. 12살 아들한테 달달한 고백받는 아빠도 넘치도록 복 받았고.


두 남자의 어젯밤 알콩달콩한 모습을 떠올리며,

오늘도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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