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드디어, 제게 이런 날이 왔습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어떤 의미에서 아들의 '사춘기'를 기다려왔습니다.
물론 아이가 어릴 때부터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를 간절히 원했던 저는, 매 순간 '제발 천천히 커라'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만, '사춘기'에 관한 일종의 도전 의식 같은 게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 아이 사춘기로 인해 맘고생, 몸고생, 있는 걱정, 없는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인 분들이 꽤 있거든요. 그중엔 '시간이 약이다'라며 도 닦듯 버티고 있는 분들도 있고, 매일 눈물로 사는 분도 있고요, 다 내려놓았다가 다시 가슴에 돌덩이 얹히며 널뛰듯 사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제게 하는 말이 있어요.
"그 집 아들은 사춘기 안 올 것 같아. 좋겠다!"
그럴 때마다 제가 뭐라고 하게요?
"사춘기가 안 오면 어떡해요?!"
어쩌다 보니 우리에게 사춘기가 공포의 시기가 되어 버렸지만 여러분, 사춘기는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시기입니다. 2차 성징과 함께 몸과 마음이 어른으로 자라는, 인간 성숙의 과정이죠. 그러니, 우리 집 아이가 이 자연스러운 성숙과 성장의 시기를 당연히 겪기를 바라는 제 마음이 바람직한 것 아니겠어요?
압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이 뜻하는 '사춘기'가 그런 의미가 아니란 것을요. 아무리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감정 기복을 이해한다 해도, 도저히 감당불가한 다양한(반항, 짜증, 폭발 같은) 증상들이 그것도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되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죠. 부모도 사람이잖아요. 내 자식이 아무리 조건 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내 살과 영혼을 갉아먹는 행동과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 눈에서 발사되던 하트가 미움으로 바뀔 수밖에요.
그런데 여러분, 다시 상기하지만 사춘기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사춘기가 불러오는 한 집안의 극적인 변화가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한 탓이겠죠?) '사춘기'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감을 갖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지만, 저는 실체도 없고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사춘기'에 대한 편견을 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앞서 말한 <'사춘기'에 대한 일종의 도전의식>이 바로 그겁니다.
다행히도 제 주변에는 또 다른 부류, 그러니까 아이들의 사춘기가 시작되고도 혹은 지나는 중인데도 제법 괜찮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중2 사춘기 아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고 싫으면서도 "나보다 키도 작은 우리 엄마가 나를 올려다보면서 잔소리 쏟아낼 때 너무 귀엽다"라고 하는 아들도 봤고요, 중3 아들이 길에서 엄마를 안아주고 수시로 '사랑해'라고 말하는 집도 있습니다. 여전히 고민거리가 생기면 엄마에게 먼저 고백하여 도와달라 하는 중2 딸도 봤어요.
폭풍 같은 사춘기를 겪는 자녀에 대한 고민을 들을 때마다 혹은 '사춘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전적 정의대로만 겪는 집을 볼 때마다 저는 상상했습니다. 우리 아이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기대감마저 들었어요. 그 시기를 모범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아름답게 지나가보리라, 하는 의지도 다지면서 잘 지나고 나면 아이도 나도 훨씬 성숙해지면서 더 단단한 관계가 되어 있겠지,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아, 참고로 이 연재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뿐이니까요. 싱겁게 끝나버릴 수도 있고, '여러분,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라며 중간에 끝나버릴 수도 있고, 긴긴 대서사가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 한 가지, 약속드릴 것은 '실록'에 충실하여 지극히 솔직하게 써 내려가겠다는 것입니다.
마치 '메타버스' 세계에서 사춘기를 시뮬레이션하듯, 저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