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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Sep 27. 2020

내 아이 인터뷰 세 번째-'책'을 말하다

책을 선택하는 아이만의 기준, 평생 함께 하고픈 '친구'로서의 책

"나한테 독서는 본능 같은 거야."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아이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남편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가 제대로 말도 못 하던 때부터 밤이면 밤마다 잠자리에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책을 읽어준 덕분일 수 있다. 당시부터 아이는 책 욕심이 있어서 어떤 날은 열 권이 넘는 책을 들고 와 내 목이 쉬도록 그 책을 다 읽어줘야만 잠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글자를 몰라 스스로 책을 읽지 못하던 꼬꼬마 시절부터 적어도 2주일에 한번 서점을  데리고 가 책 구경을 하고 책을 읽어주고, 그렇게 한두 시간을 책 속에서 놀다 마지막으로 서점을 나올 땐 아이가 고른 책 한 두 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주었던 덕분일 수도 있다. 그 습관은 사실 지금까지도 이어져 지금도 갈 데가 없으면 우리는 서점으로 향하고, 이런저런 책들을 보다가 읽고 싶은 책 몇 권을 득템해 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아니면 나는 좀처럼 아이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 시기 별로 특정 장르에 꽂혀 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또 그 시기가 지나가면 아이는 스스로 다른 장르에 호기심을 갖고 '입문'하곤 했다.

 

아침에 눈 뜨면 습관적으로 식탁에서 책을 펼치는 아이라 그저 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물론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껏 '책 좀 읽어라'라는 잔소리 한 번 안 하게 해 줘서. 평소 아이는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스토리를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좋은 책이 있으면 나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기도 하고, 나 역시 궁금한 것들을 자주 묻고 답을 들었기에 아이가 요즘 어떤 책에 꽂혀있는지 어떤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는지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계기가 있었다. 지난 9월 초, 4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이는 문득 '앵무새 죽이기'를 아느냐고 물었다. 대학 때 토론 용으로 읽었던 것도 같은데 솔직히 내용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내용을 찾아봤다. 어려웠다. 아이 또래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 아니었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보고 싶다는 아이의 선택을 평소 그렇듯 말리지 않았다. 며칠 후 습관처럼 서점에 갔을 때 아이는 예상대로 '앵무새 죽이기'를 골랐다. 더불어 요즘에 꽂혀있는 북유럽 신들에 대한 책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인 마이클 모퍼고, 릭 리오던의 책들을 골랐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아이 나이였을 때를 돌아봤다. 좋아하는 책은 있었지만 시리즈를 다 찾아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었던가. 나이보다 깊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심오한 책들에 흥미를 가졌던가. 스스로 책을 셀렉하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었던가. 궁금하면 물어야 하지 않겠나. 서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바로, 아이에게 책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제안했다. 아이는 흔쾌히 수락했다. 심지어, 정말 재밌는 인터뷰가 될 것 같다며 잔뜩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전의 두 번의 인터뷰와는 결이 달랐다.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많은 말을 쏟아내며 '적극적'이었다는 점이 그랬고, 나로 하여금 많은 반성을 들게 하는 지점들이 있었다는 점도 그렇다. 때론 아이 답변을 듣고 깊어진 생각 때문에 꽤 오래 침묵했어야 할 정도로. 물론 아이의 성숙해진 내면을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을 통해 섬세한 변화들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Q. 책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재밌을 것 같다고 했잖아. 왜 그렇게 말했어?

책이란 주제가 재밌잖아. 나는 책에 관심이 많고 독서는 내가 매일 하는 일이야. 본능 같은 거지.


Q. 본능이라고? 본능은 무의식적인 건데?

그 정도로 많이 읽게 된다는 뜻이지.


Q. 엄마 기억에 너는 아주 애기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 글씨도 모를 때부터 책을 엄청 읽어달라고 했는데 어떤 날은 내 목이 다 쉴 정도였다니까. 기억나?

음, 내가 그랬어? 기억 안나지.


Q. 그럼 네가 기억하기에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언제야?

기억나는 건 여섯 살, 일곱 살 때야. 그때는 간단하고 웃긴 책들을 좋아했어. 지금도 웃긴 책들을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Q. 그럼 책을 고르는 기준이 '웃긴' 책이야?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골라?

그건 그때그때 바뀌지. 한국에 있었을 때는 표지를 보고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골랐어.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재밌게 읽은 책 뒤에 추천된 책들을 보기도 하고 그래. 또 지금은 얇은 책 보다 두꺼운 책을 고르는 편이야. 왜냐하면 얇은 책은 스토리가 너무 빨리 끝나는데 두꺼운 책에는 긴 스토리가 담겨 있거든.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클래식 같은 책들도 좋아.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게 책이 어둡다는 뜻은 아니야.


Q. 맞아. 나는 그게 엄청 신기했어. 그림도 없는 글씨가 빽빽한 책들을 읽더라. 그림이 있고 없고는 선택의 기준이 아니야?

그림은 상관없어. 물론 그림이 있으면 이해를 돕는 부분도 있지만 그림이 없으면 오히려 나만의 상상을 하면서 읽을 수 있어.


Q. 가령, '원더' 같은 책?

응, 그런데 그때는 책을 읽을 때 상상한 것과 영화에서 보는 게 많이 달랐어. 해리포터나 펄씨잭슨도 마찬가지였고.


Q. 그럴 땐 어때? 그래서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면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대했던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건 감독의 상상이니까 감독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 내 생각과 너무 다른 게 감독 탓은 아니잖아. 실망도 있긴 하지. 책은 내용이 긴데 영화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빠지거든. 그래서 나는 영화보다 책이 더 좋아. 그리고 영화에는 내레이터가 없기 때문에 인물의 생각 등을 묘사하는 게 부족한 거 같아.


Q. 독일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꼭 영화보다 책을 먼저 보게 한대. 그런데 아이들은 보통 책 보다 영화 같은 걸로 보고 싶어서 불만을 갖는대.

나라면 책을 선택할 거야. 어떤 책에는 영화보다 더 많은 상상력이 들어가 있어. '원더' 같은 책을 보면 아예 책 표지에 영화 보기 전에 책 먼저 보라고 쓰여 있기도 하잖아. 책 읽고 영화를 보니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았어.



Q. 너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잖아.  

릭 리오던, 마이클 모퍼고를 좋아하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아. 릭 리오던은 친구 에반이 펄씨잭슨을 추천해주면서 알게 됐는데 그 책이 너무 재밌었어. 그 후에 학교 도서관 코너에서 릭 리오던 코너에 가니까 엄청 많은 책들이 있더라고. 거기서 매그너스 체이스를 봤는데 또 재밌어서 시리즈를 다 읽게 된 거야. 지금은 릭 리오던의 더 트라이얼스 오브 아폴로(The trials of Apolo)라는 책을 읽고 있어. 제우스가 신 아폴로를 6개월 간 사라지게 만들었는데 그 후 깨어난  아폴로는 자기가 사람이 돼 있다는 알게 돼. 올림피안 신들은 피가 없고 황금 액체를 흘리는데 피를 흘리고 있었거든. 아폴로는 제우스에게 자신이 다시 신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여러 퀘스트를 해야 하는데 그 퀘스트들을 실행하는 스토리야.


Q. 릭 리오던이 좋은 이유가 뭐야?

작가의 닉네임이 '스토리텔러 오브 갓(God)'이야. 책들마다 각각 여러 신들의 이야기를 해. 나는 신들의 이야기가 재밌고 좋아. 그리고 릭 리오던은 신을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해.


Q. 마이클 모퍼고의 책들은 그런 재밌는 류의 책이 아닌데?

마이클 모퍼고는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알게 됐어. '아웃 오브 디 애쉬즈(out of the ashes)'라는 책을 봤는데 불길이 치솟는 표지 그림에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아. 농장을 하던 아빠가 돼지들이 병에 걸려 팔아야 했던 이야기야.

그 책을 본 후 학교 도서관에 작가별로 정리된 코너가 있는데 거기서 마이클 모퍼고의 여러 책들을 트라이해봤지.  본 투런, 워 홀스, 웨이팅 포 애냐, 켄스케의 킹덤.. 마이클 모퓨고의 책들은 다 역사적 배경이 실제 상황이야. 히스토리컬 픽션이라는 장르인데 내가 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


Q. 너는 네 나이보다 성숙한 책을 읽는 편인데 그러다가도 유치원 때, 몇 년 전에 읽던 책들을 다시 꺼내보고 하잖아? 그 이유가 뭐야?

그런 어린이 책들도 간단하지만 꽤 재밌는 점이 많아. 내가 특히 좋아하는 'EQ의 천재들' 시리즈 같은 경우만 해도 캐릭터마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나타나는 스토리가 참 재밌어. 가끔 그런 책들을 읽고 싶어 질 때가 있어. 내 머릿속에 물론 저장공간들이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잖아.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기억이 있는데, '아, 그 책 재밌었지' 하는 거야. 그러면 다시 꺼내 보게 되고, 그러다가 그 시리즈를 다 읽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


Q. 어떤 책은 수 없이 반복해서 읽는데 그건 왜 그래?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읽는 것에 대해 지루해할 때가 많아.

나도 책 읽은 후 일주일 만에 다시 읽지는 않아. 몇 달이 나면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다시 읽게 되고 재밌는 거지.

 

Q. 최근에 '앵무새 죽이기'에 대한 호기심은 갑자기 어떻게 생긴 거야?

그냥 구글 검색에다가 'What book should I read'라고 쳐봤는데 첫 번째로 추천해준 책이 '앵무새 죽이기' 였어. 그 추천이 사람들 리뷰를 반영해서 해주는 거래. 많은 사람이 좋다고 평가했다는 거잖아.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지.

(결국 아이는 이 책을 몇 년 후에 읽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가 지금 읽을 책은 아니란 판단이 들었고 오히려 아이의 세계관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내가 '더 크면 읽자'라고 제안했다. 당시 아이는 선뜻 받아들였는데, 그 이유를 나는 이번 인터뷰에서야 알게 됐고,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 이야기는 이어지는 질문들에서 나온다.)


Q.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

맞아. 코페르니쿠스가 그랬지. 어떤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대. 당시에는 사람들이 천동설을 믿었거든. 그 책에 큰 충격을 받은 코페르니쿠스는 엄청난 연구를 했고 결국 지동설을 주장하게 됐어. 하지만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지.


Q. 그럼 너에게는 책이 어떤 의미야?

재밌고 즐거운 일이지. 이야기라는 것은 들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책으로 읽는 게 가장 좋아. 읽으면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고 어디서든 할 수 있지.


Q. 너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뭐니?

(신나게 이야기하던 아이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런데 이건 좋은 의미의 영향은 아닌데 있기는 있어. 'Orphans of the Tide'라는 책인데, 엄마도 기억하지? 내가 그 책 읽다가 인생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었잖아.

나는 원래 엄청 긍정적인 사람인데 그 책 이후로는 좀 부정적인 면도 갖게 됐어. 운이 좋지 않은 아이인 엘리가 주인공인데, 엘리의 눈에만 '에너미'라는 신이 보이고 존재를 느끼지. 그 신은 이름처럼 나쁜 신인데 결국 엘리가 '에너미'가 몸을 빌리는 인간이라는 게 들통이 나서 탈출하는 이야기야. 그런데 그 탈출 과정에서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많이 괜찮아졌는데, 그래도 그 책을 읽기 전처럼 100% 긍정적이 되지는 못할 것 같아.


** 아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당시 아이의 말을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갔구나, 그렇지 않은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미묘하고 섬세한 정서적 변화와 내면의 어떤 혼란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했다.

'사건'은 이렇다. 두 달 여 전쯤, 저녁 9시를 넘긴 시각, 위에서 언급된 책을 읽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책을 덮으며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인생의 의미가 없게 느껴져.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해? 인생의 의미가 없을 때 어떻게 해? 숨 쉬기가 어려워. 엄마, 나 어떻게 해야 돼?" 나는 놀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말을 반복하던 아이의 눈에 담긴 어떤 절망과 절박함이 아직 생생할 정도로 간절하게 느껴졌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라고 하는 대신 아이 감정을 최대한 짐작해보려 애쓰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한 건 그래서였다. 아이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지만 뭔가 혼란을 느끼고 있는 건 분명했다. 그 밤, 나와 남편은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늦은 밤 함께 산책을 나가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했다.

생각해보니 그 후로도 아이는 종종 어떤 책들을 읽다가 '인생의 의미'를 논하곤 했는데, 나는 처음에 했던 것 같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해 과연 아이가 인생 어쩌고 의미 어쩌고 내뱉는 게 그냥 '오버'하는 걸로 느껴지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서야 나는 비로소 아이가 그 경험 이후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게 됐다. 걱정되기보다는 대견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마음으로 겪는 성장통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스스로 대처하는 법들을 조금씩 알아가게 될 터이니.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지점에선 참으로 제한적이다.


Q. 긍정적인 영향을 준 책도 있지 않을까?

해리포터 같은 경우엔 그 후 두꺼운 책이나 시리즈물들이 어렵지 않고 재밌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어.


Q. 사람들은 두꺼운 책에 책에 편견이 있기도 하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자기만의 상상을 더하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읽는 거야. 나는 가끔 책을 읽을 때 글자를 안 읽고 상상을 할 때가 있거든. 그럴 때는 내가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장면을 만들까 어떤 음악을 넣을까, 이런 걸 상상해. 엄마도 알지만 나는 상상을 많이 하잖아. 그게 거의 책을 소재로 한 경우가 많아.



Q. 2년 전인가, 네가 역사책에 빠져 있을 때 아빠가 역사책은 좀 나중에 읽는 게 좋겠다면서 책을 창고로 보냈잖아. 그런 식으로 엄마 아빠가 어쩌다가 너의 독서에 대해서 개입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좋은 이유가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 '앵무새 죽이기'도 그랬어. 사실 'Orphans of the Tide' 이후로 내가 책을 고르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있어.


Q. 요즘은 영어책을 한글 책 보다 훨씬 더 많이 읽는데 이유가 있어?

한글책은 뭔가 다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영어책이 표현을 좀 더 재밌게 하지. 예를 들면 한국 책은 '300억 년 전 제우스가 이렇게 했다'라고 할 때 영어 책은 '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이런 식으로 표현해. 디테일이 다르지.


Q. 픽션 말고 다른 책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

논픽션도 재밌는 게 많지. 과학이나 경제에 대한 책을 저번에 골랐잖아. 그런 책은 재밌었어. 사피엔스 같은, 어른들이 읽는 책도 재밌을 것 같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처음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 인류의 장점과 단점 이런 것들이 들어있을 것 같아.


Q. 너와 책은 어떤 관계야?

평생 친구 같은 관계를 맺고 싶어. 더 많이 읽고 재미를 얻고...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어. 책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지금까지 수백 명쯤의 책 친구를 사귄 것 같은데 다 소중해.


Q. 그래서 오래된 책들도 못 버리는 거구나?

정이 들잖아. 책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아파.


Q.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있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하는 책은?

굳이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지 말고 쉬운 책으로 시작해 재미를 얻으라고 말해주고 싶어. 웃긴 책을 읽으면 책을 더 읽고 싶어 지니까. 그리고 '원더'는 사람들이 꼭 읽으면 좋겠어. 얼굴이 좀 다르게 태어난 아이가 학교 생활을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재밌으면서도 너무 감동적이야.

 

Q. 한때 네 꿈 중 하나가 작가였는데 너만의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어?

지금도 작가의 꿈이 있어. 매그너스 체이스 같은 판타지 스타일이면서도 유머가 있는 책을 쓰고 싶어. 지금도 쓰고 있는 책이 있는데, '뮤직 레일'이랑 '더 골든 게이트'. 시간이 없어서 쓰다가 말았는데 언젠가 완성하고 싶기는 해.  


'할 말'이 많다고 했던 아이와의 인터뷰는 거의 1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어떤 면에서 아이의 책 세계는 나의 그것보다 훨씬 깊고 특별한 것 같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이를 재운 후, 나는 남편과 밤늦도록 인터뷰하는 동안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 한 번 아이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순간이다.

참, 어쩌다 보니 작년부터 그만둔 '잠자리에서 책 읽어주기'는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생각해보면 아이가 서너 살 무렵부터 수년간 습관적으로 해왔던 그 일은 책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것 이상 아이와 나의 정서적 교감의 결정적 통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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