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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Apr 13. 2021

평생의 운을 끌어모아

무슨 일을 해도 다 되는 시절이 있었다.

자신감이 넘쳤고 그 자신감이 운을 불러왔고 다시 그 결과물로 자신감은 높아갔다.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은 2에서 3 정도라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그간의 노력 혹은 실력이라고 자만했다.

본인이 갖고 있는 것에 비해 과대평가되는 사람들을 결코 인정하지도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면 내가 다른 이들의 눈에도 그리 비쳤는지 모를 일이다.


업의 끈을 완전히 놓고 살지는 않았으나 어딘가에 '적'을 두지 않고 산 지가 4년 가까이 돼 간다. 경력단절은 아니라고 스스로 믿고 있지만 '소속감'이 주는 마음의 평온을 누리지 못한 지가 꽤 긴 세월임엔 틀림없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한 걸음씩 내딛는 요즘은 매사 쉽지 않다. 그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가고 순간순간 작아지는 나를 본다. 인생에 부는 찬 바람.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달래기를, 아 왜 이렇게 운이 따르지 않을까, 라며 운 탓으로 돌리는 중이다.

마음이 요동치면 아이를 끌어안고 그 체온으로 채운다. 아이는 스스로 운이 굉장히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계기가 몇 번 있기는 했다. 2학년 때, 학교 전체에서 단 한 명을 뽑는 '럭키드로' 같은 데서 뽑힌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아이는 학교 방송으로 자기 이름이 불리는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일로 학교에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며칠 전에도 헛헛해진 마음으로 아이를 안았다.

"왜 엄마 무슨 일 있어?" 하루에 수십 번을 안아주는데도 그 차이를 알아챈다.

"엄마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 너는 운 좋지? 엄마한테 좀 나눠줘~"

아이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엄마는 운이 아주 좋은 사람이야. 내가 엄마 아들이잖아."

그 순간 마음은 이미 꽉 채워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순간들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내 인생의 빈틈마다 아이는 차고 넘치도록 행복과 감사, 기쁨을 채워 넣었다. 잠이 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 하나로 엄마는 인생에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모든 힘든 것들을 이미 다 보상받았다'라고 되뇐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가 지금 내 옆에 존재하고 있다니, 그것이 평생의 운을 끌어모은 것이라 해도 감사가 넘칠 따름이다.

오늘도 이렇게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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