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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May 24. 2021

내 아이 인터뷰 네 번째_음악하는 아이

아이 인터뷰를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온라인 인터뷰 강좌'도 엽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내 아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주변 분들로부터 '인터뷰하는 법'에 대한 요청을 받았었어요.

관련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만, 해서 브런치 북 '생각이 자라는 아이' 편에서 '그런데 내 아이 인터뷰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었고요.

그런데 막상 글로 접하는 정보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아마도 제가 너무 개론적인 이야기들을 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민 끝에, 이번 '내 아이 인터뷰 네 번째'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인터뷰 강좌를 열어볼까 합니다. 강좌라기보다는 가벼운 '토킹 어바웃' 정도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전문적으로 강의하던 사람은 아니지만 기자로 재직하면서 몇 차례 특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 인터뷰'라는 방식 자체가 내 아이의 내면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물론,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방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제 경험담을 곁들인 노하우를 다른 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줌(zoom)을 통한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하고요, 원활한 토킹 어바웃을 위해 다섯 분을 모시고 진행해볼까 합니다. (다섯 분도 안 오시면 어쩌죠? ㅎㅎ) 일정은 6월 둘째 주 이후 고려하고 있고요, 모객이 된 후 일정은 가능한 맞춰서 조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아이 인터뷰를 좀 해보고 싶다 하는 분들, 도대체 인터뷰 방식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대 반 의심반 하시는 분들(^^), 그도 아니면 그저 아이 생각 키우는 데 열심인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 모두 신청 가능합니다.

방식은 제 브런치에서 메일 보내기(편지봉투 모양을 누르면 메일을 보낼 수 있어요)를 통해 해 주시고요. 간단한 소개와 강좌 신청 이유를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님 누구나 가능하고요, 그래도 가장 권장하는 자녀 연령은 3학년 이상이에요. (초등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중학생 이상이 되면, 갑자기 인터뷰하자고 마주 앉는 자체가 쉬운 상황은 아닐 것 같단 판단에서 입니다.)

신청은 6월 6일 일요일까지 받을게요. 당연히 무료이고요!


저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만큼 대단히 전문적인 강의를 기대하신다기보다는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팁을 얻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이뤄내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여해주실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강좌 후 실제 '아이 인터뷰'까지 이뤄져 내용에 대한 피드백도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아래 '내 아이 네 번째 인터뷰'도 잘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지난해 9월 아이와의 세 번째 인터뷰 후 오랜만에 갖는 네 번째 인터뷰 자리. 실은 지난 12월 한국에 돌아온 후 귀국 소감 등에 대해 묻기 위한 '인터뷰 요청서'를 아이에게 메일로 보낸 적이 있다. 보통은 구두로 인터뷰 요청을 하는 편인데 특별히 서면으로 요청서를 보낸 것은 일종의 장치였다. 인터뷰를 세 번 진행하는 동안 어느새 '인터뷰이'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진 아이지만, 보다 '정식 인터뷰'를 진행하는 듯한 느낌을 살려 그 자체로 즐거운 이벤트가 되게 하고 싶었다. 나는 늘 소소한 이벤트며 퍼포먼스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엄마니까.


귀국 관련 인터뷰는 진행하지 못했다. 아이가 쿨하게 'ok'라고 아주 짧은 답변을 이메일로 보내오긴 했지만, 이후 이런저런 일정과 사정이 겹쳐 막상 실천은 되지 않았다.

귀국 이야기를 건너뛰고 네 번째 인터뷰 주제를 '음악'으로 잡은 이유는 한국에 돌아온 후 아이의 음악 세계가 한층 발전하고 확대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케이팝이 있다.

엄마의 취향에 '의도'까지 겹쳐 줄곧 클래식 음악을 접하던 아이는 2019년 2월 큰고모의 베를린 방문을 계기로 커다란 변화를 맞았다. 우연히 고모가 좋아한다는 팝(찰리 푸스의 음악들)을 듣게 된 후 아이는 팝에 빠져들었고 이후 시간만 나면 음악을 찾아 듣고 뮤지션들에 대한 공부를 하고 CD를 사모았다.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이전에는 주로 피아노 즉흥곡 등을 작곡했던 아이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며 곡을 만들고 가사를 썼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자연스레 케이팝을 접할 기회들이 생겼는데 대표적인 예가 '싱어게인'이었다. 이전 글에서도 밝힌 바 있듯 아이는 '싱어게인' 방송을 본 적이 없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이승윤, 정홍일, 이무진 등 톱 3의 음악을 접하게 됐고 케이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아들에게 특히 이승윤 가수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작곡이며 가사, 그리고 노래하는 스타일까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이 내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세계에 뭔가 변화가 감지됐으니 또 인터뷰를 하고 그 변화와 성장을 기록해두어야 할 타이밍!

5월 23일 일요일 오후 거실 테이블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마주 앉은 이 날, 나는 무슨 콘서트를 보러 온 줄 알았다. 아이가 인터뷰 내내 답변 중에 등장하는 곡들을 즉흥에서 불러준 까닭이다.


Q. 벌써 네 번째 인터뷰네. 소감이 어때?

"음악 이야기라서 좋아. 지난번 세 번째 인터뷰 후 너무 오랜만이라서 더 좋고."


Q. 본격적으로 해볼까? 요즘 네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야?

"올 타임 로우(All Time Low)라는 밴드야. 사실 그렇게 유명한 밴드는 아니야. 곡은 좋은데 신기하게 밴드 이름처럼 항상 인기 순위가 낮아. 밴드 이름에 무슨 마법이 걸린 것 같아.(웃음) 몬스터즈(Monsters)란 노래가 오랫동안 빌보드에 인기곡 순위에 올라있었는데 밴드는 인기가 없었어. 겟 어웨이 그린(Get away green)이란 노래도 좋고, 가장 최근 앨범 타이틀곡인 웨이크 업 선샤인(Wake up, Sunshine)도 좋아."


Q. 올 타임 로우 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뭐야?

"멜로디가 밝고 가사도 밝아서 좋아. 듣는 사람들을 격려한다는 느낌이 들거든."


Q. 팝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어떻게 발견한 거야?

"아침에 학교 갈 때 차 안에서 라디오 듣잖아. 그때 몬스터즈를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아티스트가 누군지를 검색해봤지. 보통 이런 식으로 라디오나 아니면 친구들 추천으로 새로운 아티스트나 노래를 알게 될 때가 많아. 어떤 노래나 아티스트를 검색하면 추천곡으로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많은 노래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는 거지. 투애니 원 파일럿즈(Twenty One Pilots)도 그런 팝 그룹 중 하나야. 라디오 듣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렇다고 찾아볼 마음까지는 없었거든. 근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 노래를 다시 듣게 됐고 추천으로 뜬 노래들이 다 좋았어."


Q. 너는 솔로보다 밴드를 좋아하는 것 같네?

"특별히 그렇진 않은데 요즘 솔로보다 밴드나 그룹이 빌보드 인기곡 리스트에 많아. 브루노 마즈(Bruno Mars)가 대표적인데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이란 곡이 오늘 확인해보니 빌보드 1위로 올라섰어. 근데 나는 브루노 마즈의 팬은 아니야. 그전에 1위는 엄마도 좋아하는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를 불렀던 더 위크앤드(The Weekend)의 세이브 유어 티어즈(Save your tears)란 곡이었는데 4위 정도로 내려갔더라고.

솔로 가수 중에서도 찰리 푸스(Charlie Puth) 같은 가수는 좋아하지. 나를 팝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 키(Key)잖아. 나에게 특별한 뮤지션이야.

전에는 아비치(Avicii)도 엄청 좋아했지. 디제이였는데 가수이기도 했어. 너무 슬픈 슬픈 게, 너무 젊을 때 죽었어. 2018년에 호텔에서 발견됐는데 자살이라는 말도 있고 정확하지는 않대."


Q. 빌보드 순위를 열심히 찾아보는 이유가 뭐야?

"왜냐하면 최신곡을 알면 음악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모르던 곡들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잖아. 빌보드는 일주일에 한 번 업데이트되는 건데 어떤 때는 드라마틱하게 바뀔 때도 있어. 나는 자세히 보지는 않고 100위 안에 어떤 곡들이 있는지 훑어봐. 아티스트 순위를 찾아보기도 하고. 신기한 게 활동을 하지 않아도 순위가 올라가기도 하는 아티스트도 있어. 퀸(Queen)이나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같은 경우가 그래. 옛날 사람들인데 아직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보면 신기해. 그런 아티스트들이 레전드인 것 같아."


Q. 그런데 빌보드처럼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순위를 매긴다는 게 좋은 건지 나는 잘 모르겠어.

"빌보드 순위가 높다는 게 진짜 성적은 아닐 수 있지. 어떤 곡들은 30등에 있어도 90등에 있어도 1등 곡보다 더 좋을 수 있어. 1등이라고 모두에게 최고는 아니란 거지. 그리고 순위를 만드는 게 어떤 커뮤니티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BTS의 팬인 H누나(아이의 사촌이다) 보니까 BTS 곡을 1등으로 만들어야 된다면서 듣지도 않으면서 곡을 틀어놓고만 있더라고.

그렇긴 해도 빌보드 같은 건 필요하다고 생각해. 새로운 곡을 알려주는 소스(source)로서 말이야."


Q. 사람들은 왜 무엇이든 순위를 매기려고 할까?

"사람들은 어떤 걸 선택할 때 다른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하잖아. 선택을 할 때 정보를 주기 위해 순위가 필요한 거지. 그냥 내 생각이야."


Q. 요즘 너는 팝 이외에 다른 음악은 안 듣더라?

"처음엔 클래식을 많이 들었지. 사실 나는 지금도 클래식을 좋아해. 듣고 싶을 때가 있는데 곡명을 잘 몰라서 찾아 듣기가 어려워. 그런데 팝은 라디오를 통해 자주 들을 수 있고 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좋아. 그중엔 슬픈 느낌을 주는 곡들도 있지만 그 자체로 주는 에너지가 또 있거든. 가사가 있어서 각 노래들마다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좋아."


Q. 케이팝은 어때?

"싫어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이너마이트 같은 노래는 좋아해. 막상 들어보니 팝과 다르지 않은 거 같아. 가사가 한국어로 돼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야."


Q. 케이팝 중에 좋아하는 곡이나 가수는?

"사실 '싱어게인' 가수들 말고는 거의 몰라. 톱 3인 이승윤, 이무진, 정홍일 가수를 좋아하지. 이승윤 가수는 자기 스타일이 있고 이무진 가수는 노래를 잘해. 정홍일 가수는 소울이 있는 것 같아."


Q. 이승윤 가수의 무대를 볼 때 특히 네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어. 말할 때 굉장히 철학적이고 '영웅 수집가' 같은 곡 보면 가사도 철학적이야. 퍼포먼스도 너무 잘하고. 내가 요즘 만드는 곡들이 이승윤 가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 멜로디가 굉장히 딥(deep)하고 백그라운드에 특별한 효과가 들어가지 않아도 노래가 너무 좋아. 처음에 이승윤 가수의 노래를 들었을 때 편곡이 좋은지 어떤지 알 수 없었어. 나는 오리지널 곡을 모르니까. 그런데 들으면서 케이팝이 이렇게 좋을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됐지. 기타 하나로 그런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고."


Q. 그래서 너도 요즘 피아노 대신 기타로 작곡하는구나?

"피아노로 할 때도 있어. 만드는 곡에 따라 좀 달라. 피아노는 음악적으로는 더 채워져 있지만 퍼포먼스를 할 때 자유롭지 않아. 기타는 퍼포먼스를 하기엔 좋지만 피아노보다 화려하지는 않고.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가 필요할 때는 전자 피아노로 작곡을 하는데 사실 기타로 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르긴 해. 백그라운드 없이 코드로만 만들면 되니까."


Q. 네가 작곡을 시작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어. 그때랑 지금 달라진 게 있어?

"가사가 훨씬 발전했어. 전에는 라임(rhyme)이 되도록 만드는 게 메인 목표였는데 지금은 라임이 안되더라도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해. 그냥 재미로 곡을 만들진 않고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곡을 만들게 됐지. 가장 최근 곡은 환경 프로젝트로 제출한 '네이처 워닝(Nature Warning)'인데 지금 또 두 곡을 만들고 있어. 하나는 나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테이크 미 투 마이 드림(Take to My Dream)'이고 하나는 아직 멜로디만 있고 가사는 못 썼어."


Q. 나는 진짜 네가 가사 쓸 때가 신기하더라.

"음, 어떤 메시지로 써야겠다 하면 그냥 술술 써지는 편이야."


Q. 지난 2년 사이에 음악에 대한 너의 꿈은 더 확실해진 거니?

"그런 것 같아. 물론 100퍼센트는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거에 따라 꿈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현재 가장 확실한 꿈이 뮤지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음악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프로그래밍도 하고 싶고 다양한 걸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가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음악은 내 인생의 큰 부분이 될 거야."


Q. 된다면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어?

"예전에 만들었던 브링 해피니스(Bring happiness)가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


Q. 뮤지션에 대한 너의 꿈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엄마 아빠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

"응 아주 만족해. 항상 잘 들어주고 칭찬해줘서 좋아. 그런데 내 곡을 듣는 사람이 엄마 아빠밖에 없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어.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나 친척들 앞에서 내 곡을 들려줄 때가 나는 좋아."


Q.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너의 음악 세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됐어. 한 가지 조언하자면 좀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게 도움이 될 거야. 자, 다음엔 어떤 주제로 인터뷰를 하면 좋을까?

"코딩이나 게임,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해서 해보고 싶어."

음악에 대한 아이의 열정이야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인터뷰를 해보니 아이의 음악 세계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깊었다. 중간중간 노래를 해줄 때도 그랬지만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을 써가며 설명할 때는 마치 진짜 뮤지션을 인터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나는 또 한 번 아이의 성장을 목격하고 기록하고, 우리의 관계는 음악을 매개로 더 돈독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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