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어떤 거 써?"
친구가 정수기 새로 들여야 한다며 질문한다.
"나 설치형 안 써. 브*타. 독일은 한국 같은 설치형 정수기 없어서 그거 썼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돌아와서도 여전히 그걸 쓰지."
가끔 우리 집에 오는 아빠는 올 때마다 (살짝 불평 섞어) 묻는다.
"아니, 왜 비데를 여태 설치 안 해?"
"응 독일서 안 써 버릇했더니 필요성을 모르겠어. 우리 식구는 다들 불편한 거 몰라. ㅎ"
피부과 시술 관련 사업을 하시는 시고모부님은 또 이렇게 묻기도 했다.
"**시술 몰라요? 그거 한국 여자들 다 아는 건데."
그리고 웃음 머금은 얼굴로 남편을 쳐다보며,
"피부과 좀 보내드리고 그래~!"
다시 내가 말을 받는다.
"피부과는커녕 독일 사는 동안 화장도 거의 안 하고 지내서 화장품도 없는걸요. 안 하고 다녀 버릇했더니 피부도 안 민감하고 편해진 것 같아요."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어쩌면 습관적으로 버릇처럼 그리 돼버린 것은 아닐까.
아침부터 더운 날씨. 독일 살던 방식이 익숙해 없는 게 많은 우리 집을 보고 "너희는 에어컨도 놓을 필요 없겠네"라며 농담하던 엄마 말이 떠오른다. 진짜, 37도 날씨에도 선풍기 두 대로 버티며 살았는데. 그래도 에어컨은 '안 써 버릇했더니'라면서 버틸 수 없는 품목, 습한 한국의 여름에서는. ^^
여름 같은 오늘도,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