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기를... 낭만적 광기: 100일 동안의 스페인어 도전
올해가 벌써 100일밖에 남지 않았대!
친구의 말에, 나는 이번 해를 되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 할 지 고민하던 중,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던 한 가지 소망이 마음 속에서 다시금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스페인어 학습과 남미 여행이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언제부터인가 스페인어와 남미 문화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나를 자극하곤 했다. "나는 언젠가 꼭 남미를 여행해볼거야." 이런 생각은 엄마에게도 말해보았다. 엄마의 반응은 예상대로 걱정스러웠다: “나를 밟고 가렴.”
사실, 엄마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여성 혼자서 남미를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의 오랜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안해 엄마...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남미를 여행할 것이고, 그 때까지 스페인어를 배울 것이다." 그 시기가 정확하게 언제일진 모르겠지만,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는 제2외국어 수업을 필수로 듣게 된다. 나의 선택은 스페인어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이미 그때부터 남미 여행에 대한 열망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 전에 수강했던 교양 수업의 교재를 다시 꺼내 보았다. 그 안에는 열정적으로 적어놓은 필기들이 가득했다. 이런 과거의 흔적을 다시 만나게 되면, 분명히 내가 겪었던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경하고 생소한 감정이 들곤 한다. 지금의 나와는 조금 다른, 하지만 분명 내 자신의 흔적들이었다. 그 필기들을 보며, 오래 전 내가 얼마나 남미 여행을 원하고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는지 다시금 느꼈다.
언어 학습의 매력은 무수히 많지만,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특히 강하게 느낀 것은 '고요한 집중'이다. 새로운 단어와 문법, 발음을 익히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상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마음과 입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만이 남게 된다.
그리고 언어 학습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자아 인식'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태도 등을 다시 한번 관찰하게 된다. 무슨 의미냐? 예컨대 "Estoy feliz"(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때, 진짜로 행복한지 아니면 그저 말만 하는 건지 자신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혹은 "진짜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건지" 등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어 학습은 단순히 새로운 단어와 문법을 외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정말 매력적이다!
다음 문장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통찰을 얻었는데, 언어가 내재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에는 ‘다음에 봐'라는 의미로 쓰이는 ‘Hasta luego’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직역하면 'Until Later', 우리말로 번역하면 '나중에 보자'가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Hasta luego’, ‘See you later’, ‘나중에 보자’ 모두 "다음"이라는 시간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작별 인사를 할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사람과 다시 만날 "다음"의 시간을 상정한다. 이 말 한마디 안에도 장래의 만남과 약속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물론, 이런 사소한 것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간결한 인사 속에서 공유하는 인간성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우리가 "다음"이라는 시간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대부분 "나중" 혹은 "차후"라는 개념으로서의 미래를 자연스럽게 상정하며 삶을 계속한다. 이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든, 어떤 문화와 가치관을 가졌든 간에 동일하다. 이런 점에서 “다음” 이란 시간 개념을 당연하게 주어진 것처럼 받아들이고,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를 상상하는 모습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진 긍정적인 특성임을 보여주며, 이는 묘한 위안을 주었다.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 매우 섬세한 수단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마구 자유롭게 흘러가는 그런 순간들도 나에게는 반가웠다. 이것 또한 일종의 '생각의 파업'으로, 내 마음과 머리를 쉬게 해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하고 아주 작은 즐거움들은 나에게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다.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도전 하나가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삶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올해의 나머지 시간동안도 꾸준히 학습을 지속할 계획이다. 그러니까...
¡Va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