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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의 소소한 날 Dec 30. 2021

나는 젖은 수건

당신은 무엇인가요?

저는 목이 긴 병 같아요..

제 안에 무언가가 계속 올라오다가

병 입구까지 올라오면

넘쳐버리는 모습과 닮았아요..

-- 그 말을 들은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왜 자꾸 그 말이 생각이 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닮았나 생각해 보았다.


나는 수건인 것 같다.

아침에는 보송하게 마른 상태 좋은 수건이었다가

하루 종일 조금씩 축축해진다. 

눈뜨면 시작되는 시간과 물리적 공간 속에서

다른 사람의 언어와 행동에서

나 스스로에게서

물기를 닦아내며 하루 분량치의 삶을 살아내고

밤이 되면 무거운 물기를 가득 머금고 축 쳐져 있곤 했다.

그 상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고

나는 피곤한 하루였다고 지친다는 말을 했다.

가끔은 아침이 되어도 마르지 않는 날도 있었고

저녁이 되어도 괜찮은 상태일 때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삶에 낡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은 어느 눈부신 해변 햇빛 아래에서 말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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