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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월가 제국의 구축 & 내 '돈' 관리 방안

3화. '운', '비밀유지', '인물투쟁'의 관점과 그 영향력


[화폐의 신]을 읽고, 윌리엄 엥달 지음.
- 글의 구성: [과거] '화폐의 신'의 내용 요약. [현재]'화폐의 신'과 유사한 현재의 현상 분석 [내 자산관리] 내 돈 관리를 위한 방안 제안
본 글은 '화폐의 신' 2부의 특정 장 내용을 바탕으로 경제 분석과 개인 자산 관리 방안을 연결하여 구성되었다.
월가 제국과 제도의 오작동: 1907년 금융 공황의 재해석


[과거] 화폐의 신이 조명하는 계획된 혼란과 영웅 서사


'화폐의 신' 2부, 제3장은 월가 제국이 구축되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다. 바로 1907년 금융 공황(Panic of 1907)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경제 위기를 넘어, 미국 금융 제도의 치명적인 오작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당시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공황이 발생하자 금융 시스템은 구심점을 잃고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이때 구원자로 나선 인물이 바로 J.P. 모건이다. 모건은 개인의 압도적인 자본력과 영향력을 이용해 뉴욕의 주요 은행가들을 자신의 서재에 모으고, 자금을 강제로 동원하여 패닉에 빠진 은행과 증권사들을 구제했다. 이 행동은 "J.P. 모건의 영웅적 대응"이라는 서사로 포장되며 그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그러나 책은 이 사건이 '계획된 혼란'에 가까웠다고 분석한다. 중앙 제도가 부재한 틈을 타 모건은 위기를 이용해 경쟁 은행과 기업들을 헐값에 인수하며 독점적인 권력을 강화했다. 즉, 제도의 오작동(중앙은행의 부재로 금융 공황을 막을 수 없었던 일)은 모건이라는 인물 투쟁의 무대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비밀 유지 속에 엄청난 부가 재분배된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분석은 예측 못한 우연, 즉 공황의 깊이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모건이 일시적인 영웅 역할을 했지만, 이 사건이 너무나 치명적이고 광범위했기 때문에, 더 이상 개인에게 금융 시스템 전체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결국 이 '우연한 깊이' 덕분에 연방준비제도(Fed) 설립이 역사적 필연성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모건 자신의 권력을 제도화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현재] 중앙은행 시대의 딜레마와 제도적 불완전성


1907년의 교훈으로 Fed가 탄생했지만, 제도의 불완전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날 우리는 연준과 한국은행 같은 강력한 중앙은행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완벽하게 시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금리 대응이 장기화되면서 '제도의 딜레마'에 직면하였다.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이로 인해 각국 부동산 시장과 가계 부채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한국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계 부채 문제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로 인해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태이다.


1907년에는 '중앙은행 부재'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중앙은행 정책의 부작용'과 '규제 사각지대(Shadow Banking)' 문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의 지속, 급격한 금리 인상 사이클은 중앙은행의 정책적 오작동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은 제도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내 자산(돈) 관리 방안] 제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포트폴리오


1907년의 교훈은 시스템이 아무리 견고해 보여도 **'예측 못한 우연(Unforeseen Coincidence)'**에 의해 언제든 와해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따라서 제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첫째, '모건 같은 영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특정 자산이나 한 인물의 예측에 올인하는 것은 1907년 금융가들이 모건에게 의존했던 것과 같다. 전 세계 우량 자산에 분산 투자하여, 특정 국가나 제도의 실패가 내 포트폴리오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계 부채)가 해소되지 않는 한, 글로벌 자산으로의 분산은 필수적인 방어 전략이다.


둘째, '공황의 깊이'를 대비하는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1907년 공황 때 모건이 싼값에 자산을 쓸어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현금(유동성)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식, 부동산 등의 위험 자산 외에, 언제든 현금화 가능한 안전 자산(단기 채권, 고금리 예금 등)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 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여력, 즉 '용감한 현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다음 장 예고] 비밀 회동과 중앙은행의 탄생

J.P. 모건이라는 개인이 아닌, 제도화된 권력이 탄생하는 역사는 다음 장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다음 주에는 월가 금융 권력가들이 비밀리에 모여 Fed 설립의 청사진을 그린 '제킬 아일랜드 비밀 회동'과, 연준이라는 중앙은행 제도가 미국의 화폐 권력을 어떻게 영구적으로 재편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모건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화폐 제국의 서막에 대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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