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 발 자전거를 두 아들과 함께 탄다.
그것도 매일.
두 아들은 원래 네 발 자전거를 탔었고, 나는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어렸을 때 배울 기회가 없었고, 성인이 되어 한 번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휘리릭 두 발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작은 7살인 둘째 아들이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한 남자 친구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했단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남자 친구가 주말 동안 집에서 연습해서 다음 주 두 발 자전거를 타면서 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는 이제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며.
그 친구의 모습을 본 다른 남자 친구도 이틀 동안 연습한 후 네 발이었던 자전거를 두 발로 만들어 왔다.
자기도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며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둘째 아들, 원래 경쟁심이 있는 편인데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조바심이 났나 보다.
원래 네 발에서 한 발을 떼고 세 발로 타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먼저 두 발을 타는 것을 보니 자기도 얼른 두 발 자전거를 타야 한단다.
아빠가 쉬는 날, 원래는 키즈 카페에 갔는데 자기는 두 발 자전거를 배워야 한단다.
첫째, 둘째 아들의 보조 바퀴를 모두 떼고, 보호 장구를 장착한 후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둘째 아들 마음이 급하다.
나보고 좀 잡아달라고 하면서 균형을 이리저리 잡아보려 애쓴다.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서 시도한다.
잘 되지 않으면 내 탓을 하면서. (도대체 왜? 난 잡고 있었을 뿐인데. 억울하다.)
몇 번 잡아줬는데 이 아이, 혼자 균형을 잡더니 쌩 하고 타고 나간다.
아... 진심 부러웠다. 저 운동 신경을 가지지 못한 나였기에.
첫째 아들은 어쩌고 있는지 본다.
남편이 알려주고 있는데, 균형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 흔들거리며 넘어진다.
남편이 앞으로 가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두 발을 땅에 지탱한 채 균형 잡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아들, 몇 번 시도하더니 힘든지 앉아서 쉬고 있다. 체력이 약한 것이 이럴 때 드러난다.
첫째 아들이 쉬는 틈을 타서 나도 한번 시도해 본다. 첫째 아들과 비슷하다.
균형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새삼 내 앞에서 쌩쌩 달리고 있는 둘째 아들이 대단해 보인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배운다고 했다. 아... 그런가?
첫째 아들이 자주 쉬어서 내가 연습을 많이 했다. 나도 모르게 "으악"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남편, 두 아들에게 엄마는 '으악새'라고 한다. 뭐. 어쩔 수 없다. 계속 그러고 있었으니.
그렇게 몇 번 탔더니 어느 순간 앞으로 조금 나갔다. 오~~ 너무 신기하다!!
남편이 페달을 오른발로 힘차게 밟고 나가면 좀 더 쉽다고 알려줘서 그렇게 했더니 조금 더 잘됐다.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첫째 아들... 계속 못 나가고 있다.
남편이 자전거가 무거워서 애가 끌고 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둘째 자전거를 빌려서 연습한다.
그랬더니 아주 조금 앞으로 나간다. 아... 아이에게 자전거가 너무 무거웠구나!
작년에 자전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가게에서 주인이 추천해 주는 것으로 사 왔더니...
둘째 아들은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다음날 바로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두 발 자전거를 탄다.
첫째 아들은 둘째 아들이 타지 않을 때 조금씩 연습한다.
어쩔 수 없이 며칠 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근처 자전거 가게로 향한다.
예전에 내가 간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그곳에서 가볍고 튼튼한 22인치 두 발 자전거를 샀다. 원래는 첫째, 둘째 모두 16인치였다.
가게 영업 끝나고 배달해 주신다고 하셔서 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기다렸다.
둘째 아들은 쌩쌩 달리고, 첫째 아들은 둘째가 쉴 때 조금씩 연습하고, 나는 원래 첫째 아들 자전거였던 것으로 연습하고. 나는 방향전환은 힘들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느 정도는 나갔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자전거가 도착했다.
남편과 함께 몇 번 연습해 보던 첫째 아들, 드디어 혼자 스스로 타기 시작한다.
오~~ 신기하다!! 역시 장비의 힘이었던가.
남편, 아들의 모습을 보더니 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두 발 자전거 타기를 거의 매일 하고 있다.
1차로 학교, 유치원 마치고 오후 4시부터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곤충도 잡고 하면서 놀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후 7시 정도부터 2차로 다시 나간다.
그때는 나도 함께 자전거를 끌고 셋이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두 아들은 역시 나보다 속도가 빠르다. 방향 전환도 잘하고 오르막길도 오른다.
둘째 아들은 서서 타고, 손을 놓고 타기도 하고, 자전거에 걸쳐서 타고, 두 발을 올렸다 내렸다 묘기를 부리면서 탄다. 둘째 아들과 친구가 나 보고도 해보라고 하는데 나는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첫째 아들이 원래 타던 자전거라 안장만 키에 맞고 바퀴도 작고 해서 힘이 많이 든다.
타다 보면 허벅지가 터져 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재밌다.
두 아들과 함께 시작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운동하는 셈이니까.
장마로 조금 주춤하겠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같이 나가야지.
쌩쌩 달리는 기분이 좋다.
좀 더 익숙해지면 남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