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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ul 04. 2024

두 발 자전거

요즘 두 발 자전거를 두 아들과 함께 탄다.

그것도 매일.

두 아들은 원래 네 발 자전거를 탔었고, 나는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어렸을 때 배울 기회가 없었고, 성인이 되어 한 번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휘리릭 두 발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작은 7살인 둘째 아들이었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한 남자 친구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했단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다른 남자 친구가 주말 동안 집에서 연습해서 다음 주 두 발 자전거를 타면서 왔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는 이제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며.

그 친구의 모습을 본 다른 남자 친구도 이틀 동안 연습한 후 네 발이었던 자전거를 두 발로 만들어 왔다.

자기도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며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둘째 아들, 원래 경쟁심이 있는 편인데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조바심이 났나 보다.

원래 네 발에서 한 발을 떼고 세 발로 타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먼저 두 발을 타는 것을 보니 자기도 얼른 두 발 자전거를 타야 한단다.


아빠가 쉬는 날, 원래는 키즈 카페에 갔는데 자기는 두 발 자전거를 배워야 한단다.

첫째, 둘째 아들의 보조 바퀴를 모두 떼고, 보호 장구를 장착한 후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둘째 아들 마음이 급하다.  

나보고 좀 잡아달라고 하면서 균형을 이리저리 잡아보려 애쓴다.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서 시도한다.

잘 되지 않으면 내 탓을 하면서. (도대체 왜? 난 잡고 있었을 뿐인데. 억울하다.)

몇 번 잡아줬는데 이 아이, 혼자 균형을 잡더니 쌩 하고 타고 나간다.

아... 진심 부러웠다. 저 운동 신경을 가지지 못한 나였기에.


첫째 아들은 어쩌고 있는지 본다. 

남편이 알려주고 있는데, 균형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계속 흔들거리며 넘어진다. 

남편이 앞으로 가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발을 땅에 지탱한 균형 잡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 아들, 몇 번 시도하더니 힘든지 앉아서 쉬고 있다. 체력이 약한 것이 이럴 때 드러난다.

첫째 아들이 쉬는 틈을 타서 나도 한번 시도해 본다. 첫째 아들과 비슷하다.

균형 잡는 것부터 쉽지 않다. 새삼 내 앞에서 쌩쌩 달리고 있는 둘째 아들이 대단해 보인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배운다고 했다. 아... 그런가?

첫째 아들이 자주 쉬어서 내가 연습을 많이 했다. 나도 모르게 "으악"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남편, 두 아들에게 엄마는 '으악새'라고 한다. 뭐. 어쩔 수 없다. 계속 그러고 있었으니.

그렇게 몇 번 탔더니 어느 순간 앞으로 조금 나갔다. 오~~ 너무 신기하다!!

남편이 페달을 오른발로 힘차게 밟고 나가면 좀 더 쉽다고 알려줘서 그렇게 했더니 조금 더 잘됐다.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첫째 아들... 계속 못 나가고 있다.

남편이 자전거가 무거워서 애가 끌고 나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둘째 자전거를 빌려서 연습한다.

그랬더니 아주 조금 앞으로 나간다. 아... 아이에게 자전거가 너무 무거웠구나!

작년에 자전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가게에서 주인이 추천해 주는 것으로 사 왔더니...

둘째 아들은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다음날 바로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두 발 자전거를 탄다.

첫째 아들은 둘째 아들이 타지 않을 때 조금씩 연습한다.


어쩔 수 없이 며칠 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근처 자전거 가게로 향한다.

예전에 내가 간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그곳에서 가볍고 튼튼한 22인치 두 발 자전거를 샀다. 원래는 첫째, 둘째 모두 16인치였다.

가게 영업 끝나고 배달해 주신다고 하셔서 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기다렸다.

둘째 아들은 쌩쌩 달리고, 첫째 아들은 둘째가 쉴 때 조금씩 연습하고, 나는 원래 첫째 아들 자전거였던 것으로 연습하고. 나는 방향전환은 힘들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느 정도는 나갔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자전거가 도착했다.

남편과 함께 몇 번 연습해 보던 첫째 아들, 드디어 혼자 스스로 타기 시작한다.

오~~ 신기하다!! 역시 장비의 힘이었던가. 

남편, 아들의 모습을 보더니 돈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두 발 자전거 타기를 거의 매일 하고 있다.

1차로 학교, 유치원 마치고 오후 4시부터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곤충도 잡고 하면서 놀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은 후 7시 정도부터 2차로 다시 나간다.

그때는 나도 함께 자전거를 끌고 셋이 두 발 자전거를 탄다.

두 아들은 역시 나보다 속도가 빠르다. 방향 전환도 잘하고 오르막길도 오른다.

둘째 아들은 서서 타고, 손을 놓고 타기도 하고, 자전거에 걸쳐서 타고, 두 발을 올렸다 내렸다 묘기를 부리면서 탄다. 둘째 아들과 친구가 나 보고도 해보라고 하는데 나는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첫째 아들이 원래 타던 자전거라 안장만 키에 맞고 바퀴도 작고 해서 힘이 많이 든다.

타다 보면 허벅지가 터져 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재밌다.

두 아들과 함께 시작해서 더 재밌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운동하는 셈이니까.

장마로 조금 주춤하겠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같이 나가야지.

쌩쌩 달리는 기분이 좋다.

좀 더 익숙해지면 남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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