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아주 아주 가끔 한다.
보통은 두 아들과 함께 먹으니까.
일 년에 몇 번 있는 자유시간(=남편과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는 시간)에 그것도 가끔.
혼자 시간을 보내도 밥은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서다.
시끌벅적하게가 아닌 혼자만의 속도로 여유롭게 먹을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다.
이런 혼밥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아이들을 양육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지면 서다.
예전에 나는 혼밥을 하지 않았다.
혼자 먹으면 왠지 외톨이로 보이고 쓸쓸해 보일 것 같았다.
친구들과 먹거나 혼자 먹어야 할 상황이면 배고파도 집에 와서 먹었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쓴 탓이다.
지금은 혼밥 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예전엔 거의 없었기도 하다.
식당에 가도 혼자라면 합석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불편했던 것 같다.
외로움을 잘 타기에 혼자라는 것을 견디지 못했던 것도 있다.
결혼 후에는 혼자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임신했을 때는 입덧으로 밖에 거의 나가지 못했고, 출산 후에는 아이와 함께 집콕이었다.
이 조그만 생명체가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초집중되면서 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제대로 씻을 여유도, 밥을 여유롭게 먹을 수도, 잠을 푹 잘 수도 없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 가면서 잠깐씩의 여유는 생겼다. 하지만 그때는 나도 쓰러져 자기 바빴다.
아이잘 때 같이 자라는 어른들의 말이 뭔지 그때 절실히 알았다.
그 시간을 놓치면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서 아무런 힘도 없었으니까.
그 시기를 지나 아이들도 조금씩 혼자 하는 것이 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밥은 내가 차려줘야 한다.
밥을 다 차리면 같이 밥을 먹는데, 가끔 내가 밥을 어디로 먹고 있는지 정신이 없을 때가 있다.
두 아들의 이야기에 대꾸하고, 생선 가시 발라주고, 가끔 싸우면 중재하고...
이렇게 어수선하면 혼자 먹고 싶어 진다.
(아들 셋인 엄마는 세 아들 밥상만 차려주고 자기는 다른 방에 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할까 봐서이기도 하고, 그 시간이 힘들단다. 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유를 느끼면서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다.
두 아들이 학교, 유치원에 가면 점심은 혼자 먹지 않느냐 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남편이 보통 사람마다 출퇴근이 늦기에 점심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아서다.
물론 함께 먹으면 좋다. 심심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가끔 내가 힘들면 남편이 음식 해서 같이 먹기도 하니까.
그런데 아주 아주 가끔은 혼자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오롯이 혼자 말이다.
이럴 때 보면 정말 I 성향인 것이 드러난다.
예전엔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잘 몰랐던 나의 성향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혼자 먹을 때는 간단히 챙겨 먹게 된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가족들과 함께 먹을 때는 이것저것 음식을 하는데, 혼자면 좀 소홀하게 된다.
타인이면 어떻게든 챙기게 되는데 (가끔 귀찮아서 간단하게 할 때도 있지만), 정작 나를 위해서는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혼자 먹고 싶다고 얘기했으면 제대로 갖춰서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아마 내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혼자 밥 먹는 것은 하나의 핑계에 불과하고.
어떻게 보면 혼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예전에 비해 이제 혼자 밥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도?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https://pin.it/2 be6 l9 W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