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키즈카페에서 클레이를 끝내고 나오던 어느 날이었다.
영수증 이벤트에 참여해서 리뷰를 남기면 몰랑이 샤프를 준다고 되어 있었다.
2달 전인가 이미 참여해서 당시 몰랑이 샤프 2개를 받았기에 지금도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클레이 선생님께 너무 귀엽다며 갖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집에 아무 데나 놔두니 잊어버렸나 싶어 지난번에 받아서 집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갖고 싶냐며 두 아들에게 하나씩 고르게 하셨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려는 순간, 이미 두 아들이 받은 후여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보니 그 몰랑이 샤프가 너무 귀여운 거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저게 하나 있으면 기분이 엄청 좋아질 것 같은 느낌?
둘째 아들에게 슬며시 물어봤다. (거절당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우와~ 너무너무 귀여워요. 몰랑이 샤프 2개 있으니까 엄마 하나만 줘도 될까요?"
"엄마, 이거 갖고 싶어요? 왜요? 너무너무 귀여워서요?"
"네~ 너무 귀여워서 그래요. 그런데 엄마 안 줘도 돼요. oo이 거니까 oo이 마음대로 하면 돼요."
(첫째 아들에게는 거절당할 것이 90% 이상이었기에 말도 꺼내지 않았다.)
둘째 아들, 잠시 생각하더니 "엄마, 이거 엄마 줄게요! 나 두 개 있으니까 하나 가져요."
기쁜 표정으로 이야기하면서 내게 하나를 내밀었다.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실제로 자기 물건을 엄마에게 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정말 잘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둘째 아들의 선물이 끝없이 이어졌다.
엄마가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랐는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나에게 하나하나 주기 시작했다.
연필, 필통, 형광펜, 볼펜, 지우개, 자기가 만들었던 물건, 어린이집 졸업하면서 받은 무드등 등등.
솔직히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도 있어서, 엄마는 괜찮다며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았다.
엄마가 선물로 받지 않으면 슬플 것이라며 슬픈 표정을 지으며...
아... 말 한 번 잘못했다가 물건들이 쌓이고 있다.
나도 너무 고맙다며 사용하지 않고 있던 노트 한 권을 줬다.
그것을 받으며 너무 좋아하며 다른 물건을 다시 건네는 거다.
아니, 이제 충분하다고 됐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다.
선물도 부담스러울 수 있구나!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줄 선물은 없는지 물어본다.
음... 둘째가 내게 줬던 것을 다시 줄까?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란다.
노트 한 권을 더 줄 수 있냐며 물어본다.
흔쾌히 한 권을 더 건네준다.
나는 둘째 아들이 준 선물을 한 곳에 모아뒀다.
혹시 필요하다고 다시 달라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다시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자기 전 둘째 아들이 마음일기를 짧게 쓰고 있는데 내게 볼펜을 다 줘서 네임펜 같은 것으로 쓰고 있는 것을 봤다.
내게 줬던 볼펜을 다시 줄까 물어봐도 괜찮단다.
둘째 아들은 내가 준 노트 두 권을 책꽂이에 꽂아뒀다.
첫날만 사용하고 그다음부터는 사용하지 않고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둘째 아들의 끝없이 퍼주려는 마음이 한없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다.
내가 괜히 얘기를 꺼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가만 보면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않고 나에게만 주는 것을 보니 엄마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둘째의 무한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까.
잊을만하면 둘째 아들은 선물이라며 자기 물건을 하나 건넨다.
나는 고맙다며 이젠 안 줘도 괜찮다며 이야기하지만, 듣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한 곳에 차곡차곡 모아둔다.
그래도 내가 갖고 싶어 했던 몰랑이 샤프 하나는 다른 곳에 챙겨뒀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