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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23. 2023

부부간의 호칭



결혼하신 분들은 서로 어떤 호칭을 사용하세요?

아직 미혼인 분들은 결혼 후 어떤 호칭을 쓰고 싶으신가요?


저는 남편과 만날 때 초반에 호칭 대신 '저... 그...' 이렇게 불렀어요.

남편은 저의 이름을 부르면서 'OO 씨'라고 항상 불러줬는데...

저는 그 호칭이라는 것이 참 어색하더라고요.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고, 오글거리는 것 같고...

남자들은 대부분 '오빠'라는 호칭을 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요.

그러나 저는 첫째라 오빠가 없어서 그런지 그 호칭이 그렇게 잘 안 나왔어요.

대학교도 거의 여자들만 있었기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한번 부르기 시작하면 별로 어렵지 않은데 시작이 왜 그리 어려웠는지...


만나고 1개월 지난 후쯤에야 겨우 '오빠'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었어요.

그 이후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이 사람은 원래 '오빠'라는 호칭인 것처럼 잘 불렀어요.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다 사라져 버린 거죠.

그만큼 남편이 편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결혼 후 저희는 여전히 서로를 부르는 호칭으로 "OO 씨", "오빠"를 사용하고 있어요.

두 아들이 태어난 이후에도요.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 보통 아이 이름을 넣어서 "OO 엄마, OO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싫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는데 부부끼리 꼭 그런 호칭을 써야 하나 싶었어요.

(요즘엔 아이 이름을 넣어서 부르는 경우가 많이 없는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아이도 둘인데 첫째 이름만 넣어서 부르는 것도 좀 이상하더라고요.

첫째는 첫째 나름대로 부담감이, 둘째 이후는 서운한 감정? 이 들 것 같았거든요.

자기, 여보, 남편, 아내, 부인 등의 호칭도 어쩐지 쑥스럽고 입에 붙지 않았어요.

그냥 연애할 때 사용하던 호칭을 자연스레 사용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결혼 후 내 이름이 잊히는 것 같아 슬펐는데, 이렇게나마 불리면 나라는 사람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어느 날, 시댁에 갔는데 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너희도 이제 아이도 있는데, OO 씨, 오빠라는 호칭은 좀 그렇지 않으냐. OO 엄마, OO 아빠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니?"

음... 저는 속으로 "싫어요!"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남편이 어머님 말씀이 끝난 직후 바로 이야기하더라고요.

"에이 뭘 그렇게 불러요. 나는 오빠라고 불리는 게 더 좋아요. 안 그래도 밖에서 OO 아빠라고 많이 불리는데 OO 씨한테까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호칭은 우리가 좋은 대로 사용할게요."

오~~ 역시 말 잘하는 남편다워요.

이렇게 남편이 알아서 먼저 이야기해 주니 시댁에서 제가 싫은 말을 거의 안 해도 되는 것이 좋더라고요.


호칭을 이렇게 사용하다 보니 가끔 두 아들도 저희를 부를 때 같은 호칭으로 불러요.

엄마, 아빠라고 많이 부르기는 하지만, "오빠", "OO 씨"라고 부를 때도 있는 거죠. (물론 장난으로요 ㅎ)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이젠 그냥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저희 흉내를 내면서 말할 때는 존댓말을 사용하더라고요.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하려 노력하지만...

뭐... 항상 제가 원하는 모습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서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젊은 부부는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던데, 보기 좋더라고요.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애정이 있다고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호칭을 사용하는 가정이 애정이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존중하고 애정 있는 모습이 듬뿍 느껴질 때도 많거든요.

사람은 제각기 다르기에 두 사람에게 편하고 의미 있는 호칭이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저희 부부에게는 '오빠'와 'OO 씨'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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