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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08. 2023

화 좀 내지 마요


"화 좀 내지 마요."

남편이 가끔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저는 속으로 뜨끔하면서도 이렇게 대꾸해요.

"화낸 거 아니에요. 그냥 목소리가 조금 커진 거예요.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고 화냈다고 이야기하면 안 되죠. 내가 몇 번을 말해도 우리 집 남자들이 잘 안 들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음... 약간은 변명이기는 하지만...

목소리가 커졌다고 무조건 화내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뭐... 약간 그런 감정이 섞여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겠지만요. ㅎ


세 남자와 함께 살다 보니 가끔 나는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저라고 처음부터 목소리를 높이겠어요?

한두 번은 조근조근 이야기하죠.

세 번째부터는 조금 목소리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무엇인가 하고 있으면 목소리, 특히 사람 목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다면서요?

그래서 남자에게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을 잡고(?)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항상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요?

집안일 등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 한마디 하려고 하던 일을 멈추고 직접 가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피곤해지네요.


뭐... 저희 남편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니 이런 제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겠죠.

그냥 조용조용히 해도 될 얘기인데 굳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느냐고 가끔 이야기해요.

그렇지만 남자아이들 키우는 집 엄마들은 목소리 톤이 커지고 목소리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그런지...

저도 이제 그런 것 같다고 하면서 조금은 이해한다고 이야기는 하더라고요.


시댁에 가면 가끔 시어머님도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 남편이 이야기해요.

"어머니,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세요? 그냥 조용히 말해도 되잖아요."

그러면 어머님 왈,

"나 화낸 거 아니야. 그냥 목소리가 좀 커졌을 뿐이야. 얘는 목소리 좀 크면 무조건 화낸다고 하더라."

ㅎㅎㅎㅎㅎ 아....  어머님도 저 말을 하시는구나...

그런데... 제가 들을 때도 좀 화난 것처럼 들리기도 했거든요?

그때 생각하는 거죠!

아하! 내가 저렇게 말할 때 우리 집 남자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올해 8살 큰아들은 가끔 저에게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요.

그 말만 들으면 제가 화가 가득한 사람인가 싶은데...

억울합니다...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목소리 톤이 달라지고 목소리가 커지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표현하더라고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싶어요.


지금은 예전에 비해 목소리를 덜 높으려고 노력하는데, 잘되지 않을 때도 많아요.

아직은 제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

제 마음속 감정과 생각이 표정과 말투에 그대로 다 드러나요.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얼마나 마음 수련을 해야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해요.

저도 조금은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성적인 인간이 되고 싶은데...

아직은 감정이 많이 앞서 나가는 사람이네요.

조금은 나아질까요??

명상을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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