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그림 찾기' 한 때 빠져서 엄청 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건 재밌어서 몇 시간씩 했었다.
처음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던 다른 점들이 레벨이 올라갈수록 잘 보이지 않는다.
제한시간 내에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던 기억이 난다.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하는 게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때는 했다.
서로 잘 못 찾는 것은 알려주기도 하면서.
그게 20대 초반의 일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할 시간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면 있는 오락실에서 잠깐 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결혼하고 나서는 더 할 일이 없었다.
출산과 육아라는 산 앞에서 내 한 몸 챙기기도 쉽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
과자 봉투나 책에 나와 있던 거다.
둘은 신나서 그걸 보며 찾고 있다.
귀엽다. 한때 나도 빠져서 그걸 했던 때가 있었으니.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 TV에서 두 그림의 차이점이 뭔지 알겠냐며 틀린 그림 찾기를 해보라는 광고가 보였다.
나는 뭐가 틀렸을까 찾고 있는데, 옆에서 가만 보던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이 말한다.
"엄마, 저거 글자를 잘못 썼어요."
엥? 뭔 소리지? 글자가 서로 틀렸다는 건가?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니라 다른 그림 찾기잖아요. 저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말이에요."
아!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래, 맞아! 저건 다른 그림 찾기인데 왜 나는 지금까지 전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도 '틀렸다'와 '다르다'는 다른 단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오랫동안 사용했던 단어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어릴 때 신호등의 초록불을 파란불로 배워서 오랜 기간 그렇게 말했던 것처럼.
(지금은 초록불이라고 한다. 남편이 가끔 파란불이라도 하면 정정해 준다. 늙은 사람이라고 놀리면서.)
아이에게 하나를 배웠다.
의식하지 않고 무심코 내뱉는 단어들 중 저런 것이 또 있을까. 당장 기억나는 건 없다.
다행히 요즘 아이들 책에는 '다른 그림 찾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었다.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아서 몰랐을 뿐이었다.
사전에서 틀리다와 다르다를 찾아봤다.
'틀리다 :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하다.'
'다르다 :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데가 있다.'
엄연히 다른 말이다.
그런데 왜 다른 것에도 항상 틀리다는 말을 써 왔을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면 틀렸다고 면박 주면서 고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나도 이 두 단어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지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다르다'라고 해야 할 표현에 무조건 '틀렸다'라고 사용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들 그런 표현을 듣고 자랐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으니까.
두 단어의 차이점을 알고 난 후부터 '다르다'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곳에 '틀리다'라는 표현을 쓰면 거슬렸다.
틀린 건 잘못됐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단어 하나 잘못 썼을 뿐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 '아무 생각 없이'라는 것이 또 걸린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에 상처받을 때가 많으니까.
아, 나부터 잘하면 된다.
나도 몰래 오래된 습관이 슬쩍 나올 때가 있으니까.
의식하지 않으면 뇌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들.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의식해서 사용한 지 꽤 되어서 지금은 의식하지 않아도 제대로 사용하니까.
단어의 차이점을 아는 것처럼 다른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