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더 이상 사주를 보지 않는 이유

by 느린 발걸음


결혼 전엔 심리 테스트, 성격 테스트, 사주 등에 관심이 많았다.

아마 내가 나를 잘 몰라서 그렇게라도 알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고 돈을 내고 자주 보러 다니진 않았다.

보통 무료로 올라오는 것들 위주로 봤으니까.

뭐가 그리 궁금했을까. 내 미래가 어떨지 궁금했던 것 같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도움 받을까 해서.

그건 아마 당시 내가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내가 행동해서 변하면 되는데, 그건 힘들고 귀찮으니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내 인생을 어떻게 결정지어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볼 때마다 비슷하긴 했다.

어릴 때 고생을 많이 하고 나이가 들수록, 특히 노후로 갈수록 좋아진다고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괜찮아진다는 건가? 다들 두루뭉술하게만 얘길 해주니 원...)

부모 복은 없지만, 남편 복, 자식 복은 있다고 했다.

(아빠와는 상극이라고.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됐다. 한 곳에서는 이런 말도 들었다. 남편과 사이가 좋아서 나이가 들어도 손을 잡고 다닐 거라고. 그 당시 의아했다. 내가? 정말?)

집에서 쉬면 답답해하는 성격이라 무슨 일이든 할 거라는 말도 들었다.

(그때 일이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꽤 했었다. 하지만 상황상 그럴 수 없었는데, 이런 얘길 들으니 좀 서글프기도 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나는 언제 결혼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30대부터는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났고, 혼자 살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었으므로.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말을 하긴 했지만, 비슷한 얘기도 했다.

늦게 결혼해야 한다고. 일찍 결혼하면 결혼을 두 번 해야 할 팔자라고.

솔직히 어이가 없었지만, 찜찜했다.

안 들었으면 몰라도 그런 말을 들었으니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그런 말이 불쑥불쑥 생각나는 거다.

뭐, 그렇다고 그게 이별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만큼 내 나이도 들었다.

의문이 들었다. 사주를 볼 때마다 결혼은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늦게'는 몇 살을 얘기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결혼과 인연이 없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임을 인정하고 살 준비를 해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이런 혼란을 걷고 있을 때, 남편을 만났다.


어른들은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곤 한다.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궁합을 본다고 지금 남편의 생년월일시를 물었다.

뭘 그런 걸 보냐고 말했지만 궁금했다. 나도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영향을 받았으니까.

안 좋다고 하면 왠지 찜찜해서 생각날 것 같았다.

다행히 궁합이 괜찮다고 나왔다.

결혼한 후에 막내도련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시댁에서도 봤단다.

내가 좋은 인연이니 꼭 잡으라고 했다고.

뭐, 둘 다 나이가 있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다니 뭐 좋았다.

그렇게 결혼을 했다.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사주를 무료라도 보지 않는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가끔 답답할 때가 있긴 했다. 결혼 후에 남편이 하는 작은 사업이 휘청였을 때.

사직 후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때.

답이 없어 보여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했지만 굳이 보지 않았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이야기해 준 것에 얽매이게 될까 봐.

신기하게 어떻게든 해결할 구멍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알았다.

궁극적으로 내 인생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걸.

그렇다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이젠 그걸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거다.

예전엔 그런 걸 보면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삼았다면, 이젠 그러지 않는다는 거다.

솔직히 좋은 말이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으니까.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얽매이는 게 싫었다.


나와 달리 남편은 결혼 후에 두 번 정도 봤단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집에 생활비도 제대로 못 갖다 줄 때가 있어서.

그런데 두 번 다 본 곳에서 남편에게 그런 얘길 했단다.

잘 풀릴 것이니까 앞으로 이런 거 안 봐도 된다고. 돈 아깝게 보지 말라고 했단다.

솔직히 그런 걸로 돈 버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남편도 그 이후로는 더 보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둘 다 잘 아니까.


그렇다고 그런 것에 위안을 받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북클럽의 한 회원 분이 말씀하셨다.

타로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펑펑 나면서 그게 그렇게 위안이 됐다고 한다.

그래,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기분이기도 할 테니까.

너무 답답해서 환기가 필요할 때, 약간의 힌트를 얻고 싶을 때, 맹목적으로만 믿지 않으면 괜찮은 것 같다.

나도 지금은 이런 생각이지만 어떻게 또 바뀔지는 모를 일이다.

내 인생 내가 직접 설계하고 그려나가기는 하지만, 인생은 내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가끔 신기하긴 하다.

예전엔 꽤 자주 무료 일 년, 월간 운세를 그렇게 봤는데 지금은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는 게.

그런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을 수도.

두 아들과 투닥대고, 집안일하기에도 벅차니까.




* 이미지 출처 : https://pin.it/3 MdcmHd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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