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이들에게 무한 사랑을 준다.
두 아들에게 싫은 말도 거의 하지 않기에 그런 것은 언제나 내 몫이다.
가끔 남자 셋이 꽁냥꽁냥 거리고 있으면 아주 잠깐 소외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도 저들 틈에 끼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을 덜 혼내야겠다 생각한다.
두 아들이 가끔 엄마는 화를 잘 낸다고 말할 때가 있기 때문에.
내 생각엔 그렇게 많지 않은데 남편이 화를 전혀 내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게 느껴지나 보다.
좋게 좋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감정이 앞서다 보니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인지하고 있으니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남편이 가끔 두 아들에게 바른말(?)을 할 때가 있다.
정리가 안 되어 있어 어지럽혀진 집을 볼 때 남편도 이건 너무 하다 싶은지 나 대신 얘기를 한다.
(아마 그쯤이면 나는 이야기하다 포기하고 거실을 쳐다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렇게 신나게 놀고 정리 안 하면 안 되겠죠? 엄마가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되겠죠?"
(가끔 아이들 대신 정리할 때도 있지만 요즘엔 거의 안 하는데? 아... 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지?)
두 아들, 자기들도 너무 하다 싶은지 정리하려고 마음먹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둘이 하지 않는다. 아빠를 끌어들인다.
"아빠도 도와줘요."
남편은 어느 정도는 같이 해주다 나머지는 둘이 알아서 하라고 얘기한다.
그때 두 아들, 특히 둘째는 아빠에게 왜 마무리까지 도와주지 않느냐며 약간 따지듯이 묻는다.
자기가 어지럽힌 것은 자기가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도리어 큰소리를 내니 어이없다.
남편은 그 상황에서도 화내지 않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그것도 서운한가 보다.
아빠는 언제나 자기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른말을 하니까 듣기 싫은지 입을 뾰족 내민다.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정리한다.
사이가 좋은 두 아들이지만, 요샌 싸우는 횟수가 조금 늘었다.
싸우고 서로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 남편이 중간에 개입할 때가 있다.
한 명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것인데 한 명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면 편을 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아빠는 형, 동생 편만 드냐며 울먹거리거나 씩씩거리면서 얘기한다.
남편은 목소리 톤이 거의 올라가지 않지만 아이들이 자기 말만 해서 아빠 얘기를 전혀 듣지 않으면 목소리 톤을 조금 올린다. 말투는 비슷하다.
나는 남편은 어쩜 저렇게 감정의 고조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혼자 감탄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의 입장에선 아빠가 화를 낸다고 느껴지나 보다.
전혀 화를 내는 것이 아닌데 (그럼 난 뭐가 되는가?), 평소와는 다른 아빠의 모습에.
그럼 둘이 싸운 것은 잊은 채 아빠에게 화살이 날아온다.
"그럼 아빠는 왜 저번에 엄마 울렸어요?"
(이건 뭔 뜬금없는 전개람?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훅 끄집어낸다고?)
"아빠가 엄마를 언제 울렸어요? 엄마랑 아빠는 싸우지도 않고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요?"
"아니에요. 아빠가 지난번에 엄마 괴롭혀서 엄마가 한 번 울었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딱 한 번 있다.
그날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누워 있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두 아들과 투닥대고 집안일하느라 지쳐 있었기에.
남편이 쉬는 날이어서 가능했을 거다.
그런데 남편은 내 옆에 있고 싶었나 보다. 계속 말 시키고 살짝살짝 건드리는 거다.
그냥 가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몇 번 말했는데도 남편이 계속 장난치자 너무 힘들다고 살짝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남편은 당황했고, 두 아들은 아빠는 왜 엄마를 울리냐며 잔소리하고.
그 한 번의 기억이 아이들에게는 강렬하게 남아 었나 보다.
둘이 싸울 때 남편이 엄마와 아빠는 싸운 적이 없고 사이가 좋다고 말하면 아빠는 엄마를 울리지 않았냐며 아빠를 공격한다.
엄마는 안 울었다고 얘기하기에는 눈물이 났고 거짓말은 못 하겠기에 그때는 엄마 기분이 좀 그래서 그랬다고 얘기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것을 무기 삼아 자기들이 불리할 때 아빠를 공격한다.
그럴 때 남편을 보면 불쌍하다. 근데 남편은 웃고 있다.
이 남자 정말 못 말리는 아들 바보다.
*이미지 출처 : https://pin.it/3 Qglf7 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