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평소와 다르면 신경이 쓰인다.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평소 장난기도 많고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남편.
그런데 아주 가끔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뭐라고 할까. 차갑지는 않지만 이전의 따뜻함과는 다른 미지근한 정도의 온도.
말도 잘 걸지 않는 것 같고,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날.
그럴 땐 하던 일을 멈추고 남편에게 시선을 준다.
그제야 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시선을 오래 주지 않고 자세히 바라보지 않았음을.
며칠 전 월요일이었다. 그날 아침, 비가 와서 남편이 운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줬다.
이때까지는 별 다른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보통 때 같은 날이라 느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통 때와 다름을 느꼈다.
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공기가 조금 다른 느낌?
주말에 일이 많은 남편이라 피곤해서 그럴 거라 생각하고 얼른 자라고 말하고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경이 쓰여 가보면 자지 않고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봐도 아무 일 없다고 하고 그냥 잘 거라고만 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내 일을 하는데 이상하게 남편에게 가야만 할 것 같다.
갔더니 역시나 잠은 자지 않고 핸드폰만 하고 있었다.
잠이 부족해서 분명히 자야 하는데 자지 않고 있다니.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제야 남편 옆에 누웠다.
남편이 평소 나와 꼭 안고 누워있고 싶다고 얘기한 게 생각 나서다.
나는 오전에 일어난 이후 너무 피곤하지 않으면 되도록 눕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남편이 잠깐만 안고 누워 있고 싶다고 해도, 앉아서 잠깐 안아주고는 됐다고 했던 나였다.
그런데 이 날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누워서 남편을 안았다.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는데 아니란다.
이 얼굴과 표정, 말투, 온몸에 힘이 쫙 빠진 듯한 느낌은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데.
옆에서 안아주고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알게 됐다.
남편이 왜 그랬는지를.
남편은 외롭다고 했다.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주 큰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나에게 정말 많이 사랑받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사랑을 표현한다고 했는데 그게 남편에게 전해지지 않았던 거다.
내가 남편에게 챙겨주는 사소한 것들이 내 입장에서는 사랑이었는데.
남편도 그건 알지만, 내가 말하는 사랑과 남편이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 달랐던 거다.
하긴 최근 내 모습을 보면 남편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남편보다 다른 일(책 읽기, 글쓰기, 집안일 등)이 더 우선으로 여겨졌을 것 같았다.
남편은 나와 함께 시간 보내고 싶어 하는데, 나는 항상 바쁘다고 잠깐만 함께 있는 게 다였으니까.
남편의 외롭다는 말에 생각해 봤다. 남편은 왜 외롭다고 느낄까?
남편은 남들보다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퇴근하고 오면 늦은 밤이나 새벽이라 모두 자고 있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것이다.
오전에 자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 얼굴을 잘 보지 못한다. 출근할 때 내가 항상 배웅해주긴 하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일주일에 평일 하루만 쉬기 때문에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시간 날 때 얼굴 보고 이야기하고 싶고 스킨십도 하고 싶은데, 나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면서 거절한 경우가 꽤 있었다.
거기다 내가 감정 표현이 풍부하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반면 나도 외로운가? 생각해 봤다. 나는 외로움을 느낄 틈이 별로 없었다.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정신없을 때가 많아서 오히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남편의 얘길 들어보니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와의 시간이 필요한 거였다.
결혼 후에 둘만의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했기에.
나도 가끔 느끼긴 했다. 남편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하지만 다른 일들에 밀려서 다음에 조금 더 시간을 같이 보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출산 후 아이들과는 영화관에 자주 갔는데, 남편과는 딱 한 번 가봤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만 시간이 있는 거라 그 시간도 촉박했다.
그래도 둘이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서 남편이 많이 좋아했었는데.
그리고는 둘이 점심 몇 번 먹으러 나간 게 전부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하니 둘만의 시간이 없었다.
남편과 둘이 안고 누워있기라도 하면 두 아들이 쪼르르 달려와서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기도 하고.
이번 달 중순부터 둘 다 건강을 생각해서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만 같이 가고 시간이 맞지 않아 내가 먼저 가고 남편은 그 이후에 갔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니 다른 일을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남편과의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데 그걸 그새 잊고 있었던 거다.
그날 남편과 오래 꼭 안고 있으면서 많은 얘기를 했다.
함께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그러다 보니 남편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잠깐만 시간 내서 함께 해도 충분한 거였는데, 왜 나는 그동안 그걸 못했을까.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만 정신이 팔려서 곁에 있던 사람의 소중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균형을 잘 이뤄야 하는데 어째 매번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지.
그날 이후 남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헬스장에 함께 간다. (어쩔 수 없을 때만 혼자 간다)
탁구도 같이 하고, 러닝도 하고, 근력 운동도 함께 하니 더 재밌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우리 둘만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도 했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그래서 남편이 외롭다는 생각을 조금은 덜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