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깨진 유리창

by 느린 발걸음

나는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아들의 엄마다.

아들만 둘이어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솔직히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다른 아들들에 비해 얌전한 편인 것 같으니까.

뭐, 딸을 키워보지 않아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나름의 위안일지도)


그런데 가끔 아들이어서 그런가? 싶을 때가 있다.

물건들이 깨지고 성한 날이 없을 때.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만 크고 가격대가 나가는 것을 깨뜨려서 그렇지.

그릇 깨트린 건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일부러 한 건 아니니까)

조그만 물건들 고장내고 부수고 그런 건 본인들 물건일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별 말 하지 않았다.

벽지와 옷장, 책상, 의자 등에 색연필로 낙서하고 스티커 범벅을 만드는 것도 애교 수준으로 봐줬다.

벽지를 찢는 건 도대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하지 말라고만 했다.

다만,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부터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이 아이들의 장난, 부주의로 깨지고 부서지는 것에 대한 비용처리는 본인들 돈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래야 조금은 조심할 테니까.


우리 집에서 크게 깨지고 부서진 건 두 가지다.

TV화면과 안방에 있는 유리창.

먼저 깨진 건 TV화면. 시기는 6~7년 전쯤이었나 보다.

둘째가 돌 지나고 조금씩 걷기 시작했을 때, TV 화면에다 뭔가를 던졌다.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조그만 공이었던 것 같은데, 힘이 세다 보니 그게 화면을 깨버린 거다.

와장창 깨진 건 아니고 끝부분에 살짝 금이 간 정도여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 상태로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못 봐줄 지경에 이르렀다.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놔두다가 그래도 가끔씩 볼 때가 있으니 수리비용을 알아봤다.

처음에 TV를 살 때 큰걸 사서 (남자들은 왜 TV 큰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수리비도 꽤 들었다.

손을 덜덜 떨며 수리비를 내고 고친 후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지금 한 번은 고쳐주지만 다시 한번 깨지면 TV를 아예 없애 버리겠다고.


그 이후엔 잠잠한 편이었다. 크게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는 거다.

그러다 이 년 전쯤인가 두 아들이 안방에서 놀다가 안방 유리창에 금이 살짝 갔다.

(베란다와 안방을 연결하는 이중창이라 길고 크다.)

끝 부분도 아니고 중간 부분에 미세한 금이어서 그냥 놔뒀다. 교체할 정도는 아니라서.

그런데 작년에 두 아들이 뭔가를 하다가 와장창 깨버렸다. (아마 뭔가를 던지며 놀았던 것 같다.)

바닥에 파편이 조금 떨어질 정도. 금도 꽤 많이 갔다.

이건 위험해서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교체하기로 했다. 교체비용이 만만찮았다.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생각지도 않은 지출이 나가면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유리창을 교체하면서 아이들에게 분명히 말했다.

던지고 놀지 말라고, 한 번만 더 깨지면 너네 돈으로 할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그렇게 일 년이 흐른 어느 여름날.

나는 거실 내 책상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고, 두 아들은 안방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요샌 문을 닫아놓고 둘이 속닥거리면서 신나게 놀 때가 많다.

시끄럽긴 하지만 둘이 재밌게 놀고, 나도 나름의 자유시간이니 놀게 놔둔다.

그런데 한순간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조용한 건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신호일 경우가 많다.)

둘이 잘 놀다가 싸웠거나 아니면 조용히 속닥거리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방 문을 열고 둘 다 나오더니 내 눈치를 보며 다른 방으로 간다.

조금 있다가 둘째 아들이 나에게 와서 말한다.

안방 유리창이 깨졌다고. 형이 뭘 던져서 깨졌다는 거다.


하... 일단 사건현장으로 갔다. 이런... 뭘 얼마큼 세게 던졌기에 저렇게 깨졌지?

하필 작년에 갈았던 유리창이다. 속에서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일단 아이들이 다친 데 없는지 먼저 확인하고 파편 떨어진 걸 치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일단 테이프를 붙였다. 더 이상의 깨짐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곤 말했다. 둘이 깼으니 둘의 돈으로 비용처리를 할 거라고.

둘째 아들은 형이 던져서 깨진 거니 형 돈으로만 해야 한다고 하고, 첫째 아들은 둘이 놀다가 그런 거니 둘이 같이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다 뭐 어떻게 둘이 합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첫째 아들이 자기 돈으로 하겠다고 했다. (본인이 던져서 깨진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요즘 용돈 들어오거나 하는 게 있으면 모은다.

내가 깜빡 잊고 통장에 있는 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으면, 유리창 교체할 돈은 제하라고 한다.

음, 그래도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구먼.


아직은 저 상태로 두고 있다.

조만간 교체해야 하는데, 이렇게 좀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본인들이 한 걸 볼 수 있기도 하고, 더 이상 부서질 기미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 너무 귀찮다.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사용하고 아이들이 더 이상 뭔가를 깨지 않을 때쯤 바꿀까 생각 중이다.

유리창이 잘 버텨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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