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은 성향이 다르다.
정말 같은 내 뱃속에서 나온 애들이 맞나 싶을 만큼.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건 알겠는데, 비슷한 유전자에 자라는 환경도 비슷한데 이렇게나 다를 수 있나 가끔 신기하다.
그런데 이건 나만 생각하는 건 아닌가 보다.
다른 집 엄마들도 첫째와 둘째가 너무 다르다고 이야기하니까.
이런 것도 일종의 유전자에 새겨진 전략일까?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뭐 이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기하긴 하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첫째는 뭐든 느긋하다. 성격이 느긋하다 보니 행동 또한 느긋하다. 가끔은 그게 부럽기도 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혼자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니까.
학교갈 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혼자 아주 여유롭다.
옷도 느릿느릿 입고, 가방도 느릿느릿 챙긴다. 시간을 보고 하라고 이야기해도 그렇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 정리를 먼저 하라고 2년 반째 이야기하고 있는데 하지 않는다.
내가 몇 번 이야기해야 겨우 할 정도여서 가끔 속이 터진다.
숙제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 하지 않는다. 말을 해야 겨우 하고, 닥쳐서 한다.
(이젠 학교 갔다 오자마자 가방 정리하고 숙제 먼저 한다는 걸 종이에 적어둬서 그나마 낫다.)
항상 거의 책을 들고 있을 정도로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책을 읽을 때 거의 누워서 본다.
밥 먹은 직후에도 누워서 봐서 의자에 앉아서 보라고 하면 그제야 등받이에 기댄 채 본다.
물건을 이것저것 어질러 놓고 정리하지 않아 첫째 아들 책상은 항상 폭탄이 터진 것 같다.
움직이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으며 동선을 최소화하길 선호한다.
자기 혼자 힘으로 지탱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기대는 걸 좋아한다.
성격은 다정하고 착하다. 두 살 터울 남동생이 있으면 치고받고 싸울 법도 한데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둘이 장난친다고 놀면서 몸끼리 부딪힐 때가 있는데, 항상 다치는 쪽은 첫째다.
싸울 만한 걸 싫어하고 경쟁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도 여려서 눈물을 찔끔 흘릴 때도 있다.
그런데 그에 어울리지 않게 T 같을 때도 많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고집이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참 한량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성격이 급하다. 성격도 행동도 빠릿빠릿하다. 가끔은 너무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마라톤 경기에서 혼자 100M를 뛰는 사람처럼 빠르다.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지 않으면 (밥도 안 먹고 갈 때가 많다. 배고프지 않냐고 물어보면 안 고픈단다) 양치하고 세수 먼저 한다. 그리고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있다.
등교하기까지 1시간 남았는데... 가방은 전날 미리 다 정리해 놓아서 책을 읽을 때가 많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가방 정리를 한다. 숙제가 있으면 바로 펼쳐서 숙제를 한다.
내가 시키지 않는다. 혼자 알아서 한다. 가끔 그게 신기하다. 잊어버릴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형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한다. 대부분 똑바로 앉아서 책을 본다.
무언가를 했으면 바로바로 정리한다. 어질러놨어도 정리하라고 하면 바로 정리해서 깔끔하다.
누워있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리저리 움직이고 위에 올라가고 난리도 아니다.
날쌘돌이 같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다.
성격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예의에 어긋나게 하지는 않는다. 선을 잘 지키면서 자기가 원하는 건 이루어낸다고 해야 하나?
(학교에선 그렇게 얌전하다는데, 가끔 같은 아이가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사회적 자아와 실제 자아가 너무 다른 것 같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짜증 내고 울어 버리는데,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 금방 방긋방긋 웃는다.
무서울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한 것 아닌가 싶을 때 걱정돼서 화날 때는 심호흡을 천천히 하라고 알려준다.
경쟁심이 있고, 이기는 걸 좋아한다. 형과 놀 때 빠르고 힘이 세서 형이 아파할 때가 많다.
총체적으로 보면 가만히 있지 않는 날쌘돌이가 떠오른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 두 아들이니 어디 놀러 가도 그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봄에 호수공원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꽤 많이 걷다가 힘들어서 돗자리를 깔고 각자 쉬기로 했다.
첫째 아들은 가방을 머리에 대고 바로 누워서 책을 읽는다.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올리고 엄청 편한 자세로.
둘째 아들은 돗자리에 잠깐 앉아 있다가 바로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나간다.
근처에서 나뭇가지를 주워와서 뭔가를 만든다고 쪼그려 앉아 있다.
그리고는 왔다 갔다 하면서 이것저것 만들고 재료를 다시 가져온다고 분주하다.
첫째 아들은 옆에서 뭘 하거나 말거나 관심도 없이 자기 책만 읽느라 바쁘다.
책을 다 읽고 심심해졌을 때나 동생이 뭘 하나 관심을 가진다.
자기가 관심 있으면 어울려 놀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보고 또 자기 할 일 한다.
가끔 두 아들을 보면 남편과 나의 성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남편은 첫째 아들처럼 느긋하다.
누워 있는 걸 좋아하고, 걷는 것도 싫어할 만큼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첫째 아들만큼은 아니다. 가끔 자기는 저 정도는 아니라며 혀를 내두르니까.
나는 둘째 아들처럼 급하다. 정말 피곤하지 않으면 거의 앉아 있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하지만 둘째 아들만큼은 아니다. 그런데 이건 내 생각인가 보다.
가끔 남편이 이야기한다. 다 큰 둘째 아들 같다고. 뜨끔한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 두 아들이니 가끔 다툼이 있을 때가 있다.
특히 아침에 등교준비할 때, 둘째는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도 매번 늦었다며 빨리 가자고 한다.
첫째 아들은 등교 시간이 다 됐는데도 느긋하게 옷을 입고 있는데, 둘째는 그게 그렇게 속이 터지나 보다.
이젠 형에게 잔소리한다. 좀 빨리빨리 하라고. 형은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 뭐라고 하면서 말다툼이 된다.
그걸 보는 내 속은 더 터진다. 한 명은 너무 빠르게 하고, 한 명은 너무 느리게 하니까.
다른 성향이지만 서로 잘 어울려 놀 때도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그걸 일찍 경험해 보라는 의미로 이렇게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형제, 자매, 남매로 묶어놨나 하는 생각이.
서로서로 조율해 가는 과정을 일찌감치 경험해 보라고 말이다.
어쨌든 서로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 가면서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풍경은 아마 쭉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