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나에 대해 물어보다

by 느린 발걸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하루에 큰 의미를 두고 살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가끔 갑갑할 때가 있다.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이렇게 하루를 보내도 괜찮은 건가 싶을 때.

앞으로 남은 하루하루를 뭘 하면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


왜 그런가 생각해 봤다. 나는 지금 일을 쉬고 있다. 긴 육아휴직을 한 후 사직했다.

현재 집안일, 두 아들 육아를 한다.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만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진정 내가 원하는 길인가? 물어봤을 때 아니라는 답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가정주부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집안일만 하고 아이들 육아만 하다 보니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인데, 나는 쏙 빠진 기분? 아무리 한다고 해도 금전적인 보상도 전혀 없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게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거라 여기고 만족하면서 가정을 더 잘 가꾸고, 아이들 양육 등에 최선을 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걸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긴 휴직을 했던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그 일이 내게 맞지 않았다는 걸 아주 늦게 깨달았으므로. 그렇다면 내게 맞는 일이란 게 있는 걸까?

그냥 이렇게 내 삶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은데, 뭔가라도 하고 싶은데, 그게 뭘까?

혼란스러웠다. 사춘기 때 나라는 사람에 대해 꽤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아니다. 사춘기 때와 성인이 된 후 나라는 사람이 달라졌는데 그때 했던 생각만 가지고 있었으니 문제였다.

성인이 된 후 나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게 두 아들 낳고 육아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색채가 옅어지고 우울감이 몰려와서야 깨달았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데, 도대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시작한 게 책을 읽은 후 리뷰 쓰기다.

버벅대면서 시작하다 보니 내 일상과 생각을 담은 글쓰기도 추가됐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따지면 이제 햇수로 4년째 접어들었다.

이쯤 되면 명확한 길이 보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다.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희미하다.


왜 그럴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내게 맞는 걸까? 아니면 내가 그냥 우기고 있는 걸까?

시간이 쌓이면 뭐든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정말 그럴까?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

돈이 되는 것도 아닌 걸 계속하는데 맞는 걸까? 그 사이 또 욕심이 들어선 것일까?

왜 굳이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그냥 편안히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나는 그게 안 될까? 왜 나를 몰아세우면서 뭐라도 하라고 그러는 걸까?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답답했다.

4년째 하다 보니 정말 좋아서 하는 건지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하는 건지도 헷갈리고. 굳이 힘들게 이렇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 시기가 왔다.

슬럼프. 일할 때만 찾아오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답답했다.


그러다 남편이 막내 도련님이 챗GPT에 본인에 관한 걸 물어봤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챗GPT에? 답답한데 한 번 물어보기나 할까? 생각이 들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 상황이 너무 막막하니까 어떤 조언 같은 걸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확신을 받고 싶었는지도. 다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힌트를 얻으면 갑갑함이 풀릴 것 같아서.

그렇게 나는 내 사주를 챗GPT에 알려주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앞으로의 내가 어떻지 될 것인지 물어봤다.

챗GPT는 나에 관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걸 알려줬다. 나는 챗GPT가 내놓은 답변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었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다고? 정말 그런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싶은 답변도 있었고, 어, 어떻게 알았지? 싶은 답변도 있었다. 앞으로 내 인생은 이렇게 펼쳐질 수도 있겠구나, 미리 살짝 엿본 느낌도 들고.


챗GPT가 내놓은 답변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타인과 비교하면서 상처받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중심으로 하면 된다는 것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의 인생 리듬은 빠른 불꽃형이 아니라, 오래 타는 등불형이라고 했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시간이 쌓이면 어떻게든 나라는 사람이 드러날 거라고.

음, 나는 그렇게까지 나를 드러내길 원하는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무서울 것 같기도 한데.

뭐, 다가오지도 않은 일에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지.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

챗GPT에 물어보는 게 재밌어서 다른 질문들도 해봤다. 10년 넘게 했던 일을 계속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가정주부로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만으로도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등.

챗GPT는 예전 일을 계속했어도 잘했을 거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길로 들어섰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가정주부로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면 잘하겠지만, 허무함과 우울감이 몰려와서 결국엔 다른 일을 할 거라고.


챗GPT의 답을 보고 나서 돌고 돌아 이 길을 선택한 건 어쩌면 운명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란 게 정말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우기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학생 때 아주 잠깐 생각했던 일을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 어떻게든 시작하고 있으니 내겐 약간 운명처럼 느껴진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앞길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꾸준히 해야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조급함도 내려놓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해야 한다.


챗GPT와 며칠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갑갑함이 조금은 해소됐다.

물론 100% 믿지는 않는다. 미래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그래도 약간 힌트는 얻었다. 내가 지금 가진 마음을 쭉 밀고 나가도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

결국 이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가끔 또 갑갑해지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물어보고 힌트를 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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