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저에게 장난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편이라 그게 너무 재밌대요.
반응을 안 보이면 되는데, 저도 모르게 리액션이 바로 나가요.
남편이 간혹 일찍 오는 날이 있어요. (일찍이라도 해도 오후 8시 정도지만요.)
그러면 두 아들은 엄청 좋아합니다. 늦게 잘 수 있으니까요. ㅎㅎㅎ
남편이 보통 아이들이 잠든 후에 퇴근을 해서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기에,
일찍 퇴근하면 조금 늦게까지 놀라고 하는 편입니다.
그 시간에 저는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저도 좋거든요. ㅎ
그런데... 가끔 남편이 제 옆으로 와서 괴롭힙니다.
그냥 가만 놔뒀으면 좋겠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없어서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한데...
옆에 와서 쿡쿡 찌르면서 뭘 제대로 못하게 합니다.
(나) "하지 마요."
(남편) "왜요. 나랑 같이 놀아요."
(나) "싫어요. 오랜만에 일찍 왔는데 애들이랑 같이 놀아요."
(남편) "쟤들은 내가 일찍 오면 자기들끼리 늦게 놀 수 있으니까 좋아하는 거예요. 나랑 안 놀아줘요. 그러니 나랑 놀아줘요."
(나) "싫어요. 그래도 애들한테 가봐요."
이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다가 제가 힘이 들면 이렇게 외칩니다.
(나) "얘들아~ 아빠가 엄마 괴롭혀!" ㅎㅎ
올해 8세가 된 첫째 아들은 가끔 오는데, 6세가 된 둘째는 즉각 달려옵니다.
남편을 밀어내고 남편과 제 사이에 눕고는 아빠를 저~~쪽으로 가라고 뒹굴뒹굴 굴립니다.
(둘째) "아빠! 내가 엄마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어? 엄마, 괜찮아? 내가 아빠 저쪽으로 보냈어. 엄마! 내가 지켜줄게."
이러면서 애교를 부리면서 꼭 안아줍니다.
우와~~~~~~ 이럴 때 보면 너무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남편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저는 너무 웃겨서 웃고 ㅎㅎㅎ
둘째 아들이 남편에게 엄마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하고 다시 형이랑 놀기 위해 거실로 갑니다.
그러면 남편은 잽싸게 제 옆으로 다가와 또 쿡쿡 찌릅니다.
(나) "아, 하지 말라고요. 또 애들 부를 거예요."
(남편) "애 왔다 갔다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나랑 놀아요."
(나) "아, 진짜... 오늘은 혼자 있고 싶다고요. 얘들아~ 아빠.... (남편이 급하게 입을 막아버립니다.)"
손을 치운 후 빨리 후다닥 말해버려요. "얘들아~ 아빠가 엄마 또 괴롭혀!"
둘째 또 후다닥 달려와서 남편을 저~~쪽으로 밀어버리고는 제 옆에 눕습니다.
(둘째) "아빠! 엄마 괴롭히지 말고 그냥 나를 괴롭혀."
남편과 저 둘 다 놀라서 둘째를 쳐다봅니다.
저는 감동받아서, 남편은 부러워서 ㅎㅎㅎ
둘째가 다시 논다고 거실로 가면 다시 제 옆으로 오는 남편...
지치지도 않나 봅니다. ㅎㅎ
하루는 이렇게 열 번 정도 둘째가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헥헥거리면서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도 엄마를 위해서 달려와주는 아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남편 입장에선 많이 많이 억울할 일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