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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pr 04. 2023

나만의 도서 리뷰 : 모든 여행이 치유였어 1


'여행'이란 단어는 생각만 해도 설렘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 같아요. 똑같은 일상에 지쳐 벗어나고 싶을 때, 새로움을 느껴보고 싶을 때, 진정한 나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헷갈려서 답을 구하고 싶을 때, 좋은 추억을 쌓고 싶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하겠죠. 저는 현실에서 갑갑함을 느낄 때 하나의 탈출구로 여행을 생각해요.      


이 책은 색채 심리상담사이자 컬러 테라피스트인 호림 저자가 쓴 컬러 에세이입니다. 저자를 표현하는 단어에서부터 색이 느껴지지 않나요? 색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데 제대로 된 색을 마주하고 있냐 질문한다면, 저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색이 있지만 그 색을 일상에서 자세히 바라본 적은 많이 없어요. 여행과 일상에서 마음의 색깔을 스케치한다는 저자의 시적인 문구에 감탄하며, BLUE, DARK BLUE, ORANGE, RED, YELLOW, PINK의 색을 담은 책을 어떨지 궁금했어요.      



BLUE : 맑은 하늘, 시원한 바다, 청바지


"파란 색소는 지평선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불어와 시가지를 물들이며 넓게 번졌다. 지평선처럼 좀 멀리 떨어진 간격을 두고 사람과 사물을 봐야 할 때도 있다. 멀찍이, 멀찍이,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 (P. 15)


제가 좋아하는 색 중 첫 번째로 꼽는 것이 하늘색을 품은 파란색이에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파란 하늘을 담은 색깔을 보면 마음 또한 파랗게 물드는 것 같거든요. 저자의 이야기처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제대로 못 보는 경우가 많아요. 가끔은 멀찍이 떨어져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바라볼 때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어요.    

 

"여행은 예측불허다.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며 여행의 결을 만들어 나간다. 어떤 색의 실을 선택해서 어느 시점에 얼마나 팽팽하게, 얼마나 느슨하게 여행을, 인생을 짜나갈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다. 그게 묘미다. 우리는 일상에서 놓쳐버리기 일쑤였던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려고 여행을 떠나는지 모른다." (P. 28~29)


저자의 이 표현이 많이 와닿았어요. 왜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할까요? 일상에서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산다고 착각하지만, 여러 상황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죠.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이 지속되다 보니 나 자신을 찾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 아닐까요. 여행에서만큼은 내가 선택한 색깔로 속도를 조절하며 지낼 수 있으니까요.    

 

YELLOW : 비옷, 경고, 긍정적인 에너지


"늘 똑같은 환경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을 거라고 얘기해줬다. 여행이나 낯선 경험들이 고민에 대한 즉답을 주진 못하겠지만 자기 자신이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탐색하는 열쇠가 될 수 있으니까." (P. 180)


제가 좋아하는 색으로 두 번째로 꼽는 것이 노란색이에요. 노랑이 주는 밝음이 덩달아 저도 밝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저자의 말처럼 낯선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킬 필요가 있을 때가 있어요. 똑같은 일상, 똑같은 사람은 어느새 익숙함으로 다가와 더 이상의 자극을 주지 못하죠. 여행을 떠난다고 바로 괜찮아지거나 고민하던 답을 바로 찾지는 못하겠지만, 그 여행의 길에서 만난 여러 가지 내가 모여 조금은 다른 내가 되겠죠.    

 

여행지에서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사진과 저자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맛있는 컬러 에세이집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여러 여행지를 다녀서 이렇게 책까지 쓴 저자가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책에 저자의 힘겨웠던 삶의 순간들이 있었음을 안 순간 한순간이라도 편견을 가졌던 저 자신이 참 부끄러웠어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여행하면서 그 여행지의 색깔을 생각하고 그것과 어울리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 세심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한 결과겠죠. 저는 여행을 가도 일상의 탈출구 같은 것이었기에 그냥 구경하고 사진 찍고 그게 다였던 것 같아요.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색깔들을 기록한다면 하나의 멋진 작품을 누구든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만의 여행 컬러 에세이집을 만드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일상에 묶여있다 보니 쉽지는 않네요. 꼭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인가요?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여행한다고 생각하고 간다면 그곳은 모두 설렘을 간직한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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