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by 느린 발걸음



엄마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엄마'라는 단어의 무게를......

아니, 나의 엄마를 보며 어렴풋이 느꼈을 수는 있다.

세 남매와 아빠까지 챙기면서 일을 다니시던 그 어깨의 짐을 짐작만 했을 뿐이다.

엄마 자신의 인생을 살 시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달팠던 삶이라 느꼈기에 엄마처럼 살기 싫었다.

그 고마움과 감사함의 무게만큼 힘들어 보였으니까...

반면 으레 엄마가 되면 다 이 정도는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한 면도 있다.

TV나 책 등에서 봤던 엄마의 모습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면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엄마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곳도 없었다.

나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익힌 지식만으로 엄마 노릇을 해야 했다.

결혼 전과 결혼 초반에 한때 현모양처를 꿈꾼 적이 있다.

남편에게 잘하고 아이들에게도 친절하고 집안도 따스하게 꾸미는...

엄마가 된 지 5년 차에 깨달았다.

내가 중심에 없는 삶은 어떻게 포장해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내가 내 삶의 주체로 살아가야 하는데, 가족을 나보다 우선순위로 생각하다 보니 우울해졌다.

그래서 현모양처가 되기로 한 것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래도 엄마가 해야 할 일은 참 많다.

하루 세끼 챙기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정리하기, 빨래하기, 다림질하기, 아이들 돌보기, 아이들 학교, 유치원 알리미 등 챙기기, 양가 집안 챙기기, 장보기, 가계 수입 지출 신경 쓰기, 그 외 다수의 굵고 자질구레한 것들...

나는 지금 일을 쉬고 있지만 일하는 엄마들의 삶은 저 많은 것과 함께 일도 해야 한다.

남편이 옆에서 많이 해주려고는 하지만 음... 그래도 할 일이 끝이 없는 느낌이다.

(초반엔 도와준다는 말을 둘 다 많이 썼는데, 어느 순간 그 표현이 꺼끌꺼끌해졌다.

같이 집안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같이 해야 하는 것이 맞기에 그 이후에 '한다'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이 와중에 나는 내 삶을 찾아야겠다 다짐하고 책을 읽고 리뷰 쓰는 것도 하고 있다.

독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지금은 두 아들이 모두 방학이어서 내 시간 자체가 나지 않는다.

이래서 방학이 되면 그 무게가 한층 무거워진다.

가끔은 한숨이 나오고 힘들어지는 순간도 있다. 엄마 노릇을 그만두고 싶어지는 순간도 온다.

에이, 몰라! 될 대로 돼라 생각으로 놓아버릴까 싶을 때도 있다.

그러면 남편과 아이들이 조금씩 하지만, 시간이 쌓인 만큼 남자들의 흔적도 쌓인다.

그 흔적을 언제 한번 날 잡아 싹 정리한다. 그래야 내 맘이 편해지니까.


여자 두 개의 배경.jpg https://pin.it/24 pAyQj



'엄마'라는 두 글자에 담긴 의미는 뭘까.

사람마다 각자 다른 의미와 울림으로 다가오는 단어들.

나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희생, 안쓰러움, 감사함, 죄송함, 눈물 등의 복합된 감정으로 얽혀있었다.

가끔 언론 등에 잔인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저런 모습은 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꿈이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지혜롭고 따스한 엄마가 되고 싶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엄마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내가 먼저 존재한다.

나를 중심에 두지 않는 삶은 언제든 흔들려서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그러려면 나를 먼저 우선순위에 두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먼저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엄마라는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얽매면 나뿐 아니라 가족들도 힘들어질 테니까.

조금은 덜어내야 내 마음도 가벼워질 테니까.

균형을 잘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엄마이고 사람이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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