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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Aug 28. 2023

아이의 사시 수술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마음뿐 아니라 몸도 같이 아픈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그 아픔을 똑같이 표현하면 아이가 더 힘들어할 것임을 알기에 아이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죠.

아이가 잠들면 그제야 가슴의 응어리가 눈물로 나오기도 해요.


8/18일 둘째 아들(만 5세)이 사시 수술을 했습니다.

100일쯤이었나 아이 눈이 조금 초점이 빗나가는 것 같다고 어렴풋이 느꼈어요.

평소에는 괜찮다 싶다가도 간혹 눈동자가 바깥쪽으로 빠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크면서 괜찮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지켜봤는데 나아지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할 만큼 심하지 않았지만, 영유아 건강검진할 때 물어봤더니 안과로 가 보라고 했어요. 집 근처 안과를 방문했는데 되도록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이 정도면 수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아...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학병원에 예약하고 진료를 보러 갔어요.

'간헐성 외사시'라고 하더라고요. 음... 왜 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었어요.

둘째는 100일 전에 고열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뇌수막염이 의심되어 항생제를 쓰면서 열이 떨어질 때까지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어요.

누구보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생기고 활발한데, 주수를 꽉 채우지 않고 37주에 나와서 그런가...

내가 임신 기간 동안 몸을 건강하게 하지 못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저를 괴롭히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런 생각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면 될 것을 마음이 한편으로 쏠리면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진단을 받은 후 그냥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눈 가림막 치료를 하면서 몇 개월에 한 번씩 외래에 가서 경과를 보기로 했어요.

가림막 치료라는 것이 하루에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왼쪽 눈을 가리는 거였어요.

초반엔 불편해하더니 시간이 지나니 잘 적응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그렇게 몇 년 했는데 교정이 되지 않아 수술을 하기로 했어요.

당일 입원, 퇴원이 가능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니 안심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왼쪽 눈 간헐성 외사시인데 수술은 양쪽 눈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수술명은 양안 외직근 수술인데,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일부러 내사시를 만들어 놓는다고 했어요. 

보통 내사시는 2주~1달 후 사라지는데, 내사시 보일 동안은 복시가 있을 거라 안대(거즈)를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눈씩 번갈아(잘 때 제외)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외사시는 재발이 잦아 재수술 가능성도 있는데, 3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했어요.


8/18일 오전 8시 첫 수술이어서 남편과 함께 둘째를 데리고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왔어요.

7시까지 도착하라고 했거든요. 7시 전에 도착해서 입원 수속하고 아이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키와 몸무게 재고, 기타 준비하고 수술준비실로 아이와 함께 갔어요.

"엄마가 여기까지는 같이 있는데, 수술장엔 같이 못 들어가. 선생님들이랑 같이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랬더니 둘째, "엄마, 나는 엄마랑 같이 가고 싶어. 엄마가 없으면 슬퍼." 이러는데 안쓰러웠어요.

어떻게 달래서 들어가게 하나 고민이었는데 어린아이들은 마취를 미리 하고 들어가더라고요.

종알종알 대던 아이가 갑자기 잠이 들어서 아... 수술 잘 끝나고 보자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고 나왔어요.

40분 정도 지나 수술이 다 끝난 후 교수님께서 나와서 수술 잘 끝났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셔서 안심했고 감사했어요. 

솔직히 아이 수술장에 혼자 보내고 이런저런 생각이 떠돌아다녔거든요.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조그마한 아이가 수술을 하는 것이니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고 다짐하면서도 어느 순간 갑자기 부정적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데 그걸 막지 못하겠더라고요.


회복실에서 1시간 정도 회복한 후 둘째 아이가 나왔어요. 

"엄마, 엄마, 나 선생님들 싫어. 이제부터 의사 선생님 싫어할 거야." 울먹거리고 이렇게 이야기하면서요.

음... 다 깼구나 싶었어요. 당일수술센터 병실에 가서 아이를 안고 잘했다고 토닥여주는데 10분쯤 지난 후 울면서 말합니다. "엄마, 나 배고파. 배고프다니까!!"

아... 밤 12시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금식했으니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니 배가 고프기도 하겠구나 싶었지만, 교수님께서 수술 후 상태를 보고 조금 걸은 후 금식이 해제된다고 하더라고요.

교수님께서 오셔서 진찰 후 괜찮다고 하셔서 한쪽 눈은 거즈로 가린 채 아이 손을 잡고 걸었어요.

뭐, 조금 걷다 아빠에게 가서 안기고 그랬지만요. 계속 배고프다는 큰 외침에 다행히 수술 부위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안 하는구나 싶었어요. 배고픔이 이 아이에게 다 강력한 신호라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요.

조금 지나 둘째 아들 다음 순서로 수술한 아이도 당일수술센터 병실로 왔는데, 그 아이는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서 울더라고요. 얼마나 불편할까 싶으면서 둘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양쪽 눈 가장자리가 빨갛게 변한 채 한쪽 눈은 거즈로 가리고 저한테 꼭 안겨서는 배고프다고 투정하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비록 계속 안고 있어서 팔과 허리는 쑤셨지만요.

10:30분쯤 금식이 해제되고 물을 마신 후 퇴원수속을 하고 안약을 받아서 나왔어요.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배고프다고 해서 병원에 있는 식당에 가서 남편과 아이 것을 주문했어요.

야채죽과 소고기미역국으로... 저는 입맛이 없었기에 먹지 않았는데, 둘째 아들 엄청난 기세로 먹더라고요.

제가 아이 거즈와 테이프를 사러 갔다 온 사이 원래 남편 것이었던 소고기미역국은 모두 둘째의 몫으로 갔고, 죽도 조금 더 먹었어요. 최근 많이 먹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정말 많이 배고팠구나 싶었어요. 

배불리 먹고 기분도 좋아지고 일찍 깨서 잠도 와서 그런지 차 타고 집에 가는 동안 단잠에 빠졌어요.


지금 수술 후 10일 정도 지난 지점, 아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수술 후 3일 정도는 스테로이드, 항생제 안약을 하루에 4번 30분 간격으로 넣어야 하고, 그 이후 7일간은 항생제 안약만 하루 4번 정도 넣어야 해서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어요. 

아이가 심심해하니 책도 읽어주고, 자기가 만든 곤충집에 초대되어 이야기도 들어주고, 디펀 블록도 같이 하고, 팽이 돌리기, 역할놀이 등 형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놀아주는데... 쉽지 않네요. 

작년에 수술 날짜를 잡을 때, 8/18일이 여름 방학일 거라 생각했는데... 둘째 유치원의 개학일이 8/17일이었어요. 개학일 하루만 유치원에 가고 쭉 집에 있는 거죠. 방학 끝나고도 계속 방학인 느낌...

사실 수술만 끝나면 신경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수술 후 신경 써야 하는 일이 꽤 있더라고요. 

양쪽 눈 충혈은 한 달 정도, 양쪽 눈 번갈아 거즈를 하는 것도 한 달 정도 하고 있어야 해요.

거즈로 한쪽 눈을 가린 채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유치원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둘째 괜찮냐고 언제 오냐고 매일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들이 험하게 놀지 않고 둘째를 옆에서 잘 챙겨줄 아이들도 있으니 안약만 다 넣으면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내일 보내볼 생각입니다. 지금 집에서도 잘 놀고 간혹 외출해서도 불편함 호소하지 않고 잘 다녔거든요. 뭐, 힘들다고 하면 조금 더 데리고 있어야겠죠...


아직 어리게만 봤던 둘째인데, 수술하고 의젓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다 컸구나 싶어요.

그래도 다음에는 이런 수술 더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건강한 것이 최고구나! 다시 느끼는 하루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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