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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Sep 15. 2023

떡볶이는 못 참겠어!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 불리는 떡볶이.

'떡볶이'라는 글자만 떠올렸을 뿐인데 내 머릿속에선 빨간 양념이 잔뜩 묻어있는 새빨간 떡과 어묵이 생각나면서 저절로 침이 고인다.

나는 언제 떡볶이를 처음 먹어봤고,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아득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 4~5학년 무렵 떡볶이를 먹으면서 길을 걷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어딘가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팔던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곳에서 종이컵에 떡볶이를 받아 들고 이쑤시개로 떡을 콕콕 집어 먹으며 집에 갔던 기억.

그 당시 맛까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아이들 입맛에 맞춘 맵지 않은 떡볶이 었겠지? 

그 당시엔 그것도 맛있다고 엄청 먹었을 텐데, 어느 순간 매운 떡볶이를 접하고는 달달하기만 한 떡볶이는 진정한 떡볶이가 아니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하게 난 음식에 달달함이 과하면 맛이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도 요리할 때 되도록 설탕을 넣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음식에 감칠맛이 없는지도... 

매운 음식을 어느 정도 먹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매운 떡볶이만 찾았다. 왜 그랬을까?

인생은 달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서였을까?

아니면 그 매콤한 맛이 내 오감을 자극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일까?

매번 약간 매콤한 떡볶이를 먹으면서 허기도 달래고 스트레스도 달랬다.

직장 생활할 때 뭐가 그리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다고 엄청 매운 떡볶이로 유명한 엽* 떡볶이를 일하던 동료, 후배들과 함께 먹었다.

분명 매워서 '아, 매워, 헉헉' 이러면서도 이상하게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상한 중독성에 이끌려 서로 입가가 시뻘거진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

그 당시에는 정말 매운맛을 골라서 먹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보통맛만 먹어도 매워서 '아, 너무 매워' 혀가 얼얼한 것 같다.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 입맛에 맞게 나도 어느 정도 길들여진 것 같다.





https://pin.it/3X913 Yt



작년 10월 말부터 밀가루를 제한하는 식이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는데, 여러 책을 통해 밀가루가 그렇게 몸에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밀가루를 즐겨 먹었던 나인데...

빵은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라면, 밀떡볶이는 좋아해서 많이 먹었는데...

내가 과연 밀가루를 제한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내 건강을 위해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약속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밀가루를 먹지 않았다. 과자도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 많아서 끊고...

3개월 정도 잘 참으며 지냈는데, 어느 순간 매콤한 떡볶이 생각이 간절했다.

아... 떡볶이가 머릿속에서 돌아나니면서 나를 먹어보라고 유혹한다.

안 되겠다! 먹어야겠다! 다짐했는데, 밀가루에서 걸린다. 그래서 쌀떡볶이를 찾아봤는데 꽤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주문을 하고 떡볶이를 한 입 먹는 순간 아... 이 맛이야! 즐거워졌다.

그런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볶이집은 밀떡으로 만들었다. 고민을 하다 아주 아주 가끔 한 번씩 먹는다.

역시... 이래서 사람들이 밀떡을 좋아하나 싶을 정도로 입안에서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요즘엔 다양한 떡볶이가 참 많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빨간 양념이 듬뿍 배긴 떡볶이가 좋다. 

이 맛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다른 떡볶이는 한번 먹기에는 맛있어도 다시 찾고 싶지는 않다. 

내 혀가 이 맛만을 떡볶이라 생각하고 이것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일까?

매번 밥 하기 귀찮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떡볶이다.

내가 떡볶이를 언제 먹었지? 생각하며 이 정도면 먹어도 되겠다 싶을 때만 주문한다.

두 아들이 아직 매운 것을 못 먹기에 같이 즐길 수 없어서 자연스레 횟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벼르고 별려 주문하고 기다리면... 그 시간부터 매콤한 떡볶이 맛이 나를 감싸는 것 같다.

얼른 포장을 뜯고 한 입 입에 넣으면 역시... 맛있네! 룰루랄라 즐겁게 먹는다.

나의 이 떡볶이 사랑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매콤한 떡볶이맛에 중독된 것 같은데, 둘째 아들은 엄마가 좋아하니 자기도 궁금했나 보다.

자기도 먹어보겠단다. 매울 것 같아 아주 조금만 줬는데, 매워서 물을 잔뜩 먹긴 했지만 또 찾는다.

이런... 이 조그마한 아이도 이 떡볶이 맛을 알게 된 것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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