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린 발걸음 Sep 11. 2023

하루 신나게 놀고 일주일을 앓다



9/2일 토요일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했다. 

비록 서울역과 수원역을 오가는 3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첫째 아들이 100일 정도였을 때 KTX를 함께 탄 이후 기차를 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는 서울역 근처에 살아서 KTX를 이용했는데, 지금은 공항 근처에 살다 보니 비행기를 이용한다.)

첫째는 아주 오래전이라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둘째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기차라는 교통수단.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인 두 아들은 기차를 타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나 보다. 

가끔 기차를 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언제 가족끼리 기차여행 해도 좋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남편은 주말이 가장 바쁘기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 이모가 토요일 기차표를 예매했으니 수원 화성에 가자고 해서 같이 출발했다.

11:30분에 출발하는 KTX에 올라탔다. 아침을 대충 먹어서 싸 간 과일, 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두 아들은 처음 타 본 기차가 신기하면서도 지하철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나 보다. 그래도 재밌어했다.


수원역에 내려서 수원 화성행궁에 가는 버스를 탔다. 그날따라 날씨도 덥고 사람은 어찌나 많던지...

점심을 먹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근처 식당을 찾았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아이들이 냉면을 먹고 싶단다.

평양냉면집이 보여서 그곳에 들어가서 냉면을 시켜서 먹고 나왔다. 

표를 예매하고(두 자녀 이상은 다자녀로 서류만 내면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무예 24기 공연을 관람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은 정말 맑고 날씨는 찔 듯이 더웠다. 

행궁 안에 물을 판매하는 곳이 없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얼음과 물을 사서 들어갔다. (텀블러에 물을 담아 갔지만 이미 다 먹은 후였다.) 다들 너무 더워서 벌컥벌컥 들이켜고는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오후 4시부터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듣고, 현악 4중주의 아름다운 선율도 감상했다.





그런데... 이런... 뭘 잘못 먹었는지 배탈이 났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괜찮고 나 혼자만 그랬다.

아무래도 차가운 것을 갑자기 많이 먹어서 그랬나 보다. 화장실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 수분이라도 보충하려고 물을 조금 먹기만 해도 뱃속이 부글거려 오후 5시부터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후 6시 수원역에서 이번에는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집까지 1시간가량 다들 피곤한 상태로 도착. 아이들 씻기고 밥 먹이고 정리하니 오후 10시가 다 되어갔다. 너무 피곤해서 쓰러지듯 잠들었다.


일요일 새벽 3시경 둘째 아들이 39.0도로 열이 난다. 해열제를 일단 하나 먹이고 재웠다.

오전에 일어났는데 다시 열이 나기 시작한다. 38.6도... 근처 소아청소년과에 데려갔다.

코 안쪽이 부어서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기침, 콧물도 있으니 약을 처방받아 왔다.

다행히 약을 먹고 하루 정도 지켜보니 괜찮아지고 있었다. 

월요일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아이들을 가정교육하기로 해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주말에 월요일까지 함께 있으려니 좀 피곤하긴 했다. 나도 힘들었던지 월요일 저녁쯤 목이 조금 아팠다. 빨리 자면 괜찮아지겠지 싶어 빨리 잠들었다.


화요일 아침에 겨우 일어났는데 이런... 컨디션이 엉망이다. 목은 더 아프고, 열이 나는 것 같아 재보니 38.6도, 몸은 으슬으슬 춥고, 기침도 나고... 둘째에게 옮았나? 면역력이 고새 떨어졌나? 일어날 기운도 없어서 남편에게 아이들 아침밥을 부탁하고 조금 누워 있었다. 

아이들 등교, 등원시킨 후 병원에 들러서 진찰받고 엉덩이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처방받아 와서 약을 먹고 바로 잤다. 한 3시간 정도 잤나. 땀이 쫙 나 있었다. 땀이 나면서 컨디션이 조금은 돌아온 것 같았다.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래도 무리하지 말자 다짐하고 쉬었다.

근데 여동생이 오후쯤 목이 아프고 감기 증상이 있다고 혹시 몰라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고 한다.

에이, 설마 코로나겠어 생각하며 집에 있는 자가검진키트로 검사를 했다.




이런... 두 줄이다... 헉... 저녁을 먹다 말고 일단 마스크를 썼다.

두 아들도 얼른 검사를 해봤다. 첫째는 다행히 음성, 둘째는 양성.

음... 둘째부터 시작이었나 보다. 토요일 화성행궁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 보니 감염되었나 보다.

첫째와 남편만 음성이니 둘을 한 방에서 자게 해야 해서 첫째를 남편이 자는 방에 보내고...

(남편이 늦게 오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 재웠는데 기특하게도 혼자 잘 잤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시간을 보낸 후 빨리 잠들었다. 나도 컨디션이 별로였기에...

다음날 일어났는데 목이 더 아파졌다. 코로나가 맞는구나 싶다. 감기였음 약 먹고 주사 맞아서 다음날이면 괜찮아지던데... 목이 점점 더 아파오는 것 같다. 약을 먹었는데도 나중엔 침 삼키는 것도 힘들어서 물도 조심스레 먹게 된다. 다행히 첫째는 계속 음성이다. 


둘째는 코로나 양성이라 유치원에 가지 않으니 계속 같이 있었다. 

이 아이는 이제 다 나아서 훨훨 날아다니는데 나는 컨디션이 바닥이다. 놀아달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힘들어서 못 놀아 주겠다고 했더니 삐쳐서 어쩔 수 없이 누워서 팽이놀이 해주고 아픈 목을 부여잡고 책을 읽어준다. 요즘 갑자기 책에 꽂혀서는 열 권 넘게 계속 들고 온다. 몇 권 읽어주다 조금만 쉬자고 부탁한다. 

목이 너무 아파서 힘들다고... 그러면 조금 봐준다고 하면서 3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읽어달라고 한다. 

이런... 이러니 목이 나을 리가 있나... 내 컨디션이 엉망인 채로 하루하루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멀쩡하던 남편도 목요일 저녁부터 컨디션이 엉망이다. 열이 나고 두통이 있단다. 일단 타이레놀을 먹게 한다.

금요일 아침, 남편은 열이 39.0도를 찍는다. 코로나는 아닌데 이 사람은 또 많이 힘들었나 보다. 

춥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남편을 끌고 같이 병원에 간다. 나도 목이 너무 아파서 안 되겠다 싶었으니까. 

남편은 주사 2대 맞고, 약 처방을 받고, 나는 주사 1대에 약을 조금 바꿔서 다시 처방받았다. 가글까지 추가해서. 집에 와서 둘 다 약을 먹고 뻗었다. 

남편 컨디션이 돌아와야 하기에 자게 내버려 두고 둘째 TV 잠깐 보게 하는 동안 쓰러졌다. 

일어나도 어쩜 할 일은 그리 많은지... 밥 챙겨서 먹이고 약도 모두 챙겨서 먹이고, 첫째 하원도 시키고...

남편은 그나마 괜찮아져서 출근했다.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갔다. 이럴 때 참 안쓰럽다. 에휴...

다행히 그 약이 잘 들었는지, 아니면 이제 나을 때였는지 조금씩 괜찮아진다.

그런데 입안은 꺼끌해서 음식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고, 집안 정리하려고 조금만 움직여도 쉬이 지친다.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지는 것 같지만, 여기서 무리하면 안 될 것을 알기에 틈틈이 쉬고 잔다.


가만 누워서 지난 일주일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본다.

원래 월요일까지 아이들과 함께 지냈기에 화요일부터는 아이들 없는 4~5시간 동안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하루 재미있게 보내고 일주일을 끙끙 앓다니... 이게 무슨 비효율적인 일인가 싶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 하루가 재밌었다고 하니 좋게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책을 읽는 것도 약간 귀찮게 느껴질 정도의 무기력함이 내게 달라붙었다. 

작년 4월에 코로나로 고생한 이후 두 번째로 걸린 것인데... 이렇게 또 걸리고 나니 다시는 걸리고 싶지 않다. 절대 무리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건강에도 더 신경을 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의 기원'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