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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Oct 04. 2023

"딸이 있어야지…" 라는 시어머니



저는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인 두 살 터울인 형제가 있어요.


결혼 전만 해도 될 수 있으면 아이 셋을 낳고 싶었어요.

저도 삼 남매로 자랐고, 남편도 삼 형제로 자라서 그냥 셋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첫째 임신하고 시작된 예상 못한 입덧(친정 엄마, 시어머님 모두 입덧이 없었다고 들어서 저도 당연히 입덧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으로 셋이 가능할까 의문을 조금은 가졌어요.

첫째를 낳고 조금 괜찮아졌을 때 힘들어도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싶었어요.

터울이 많이 나지 않으면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첫째 혼자 있으니 제가 다 놀아줘야 해서 힘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생각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첫째를 임신한 날로부터 딱 2년 후 둘째를 임신했어요.

우와~ 드디어 둘째를 임신했구나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임신 5주부터 시작된 입덧. 첫째를 돌봐야 하는데 입덧이 겹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전까지 보여주지 않던 TV도 많이 보여주고, 토하면서 애를 보다 보니 지쳐서 울기도 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셋째에 대한 생각이 쏙 들어갔던 것 같아요.

아이들을 돌보면서 입덧을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이 그냥 둘로 만족하자 생각한 거죠.


첫째가 아들이었기에 둘째는 은근 딸이길 기대했어요.

사실 저는 별생각 없었는데 남편이 둘째는 딸 같다고 얘기해서 저도 그렇게 믿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둘째도 아들이더라고요.

성별을 확인하러 갔을 때 제가 너무 놀라서 "아들이요?"라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봐드리겠다면서 확인하고는 "아들이 맞아요."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엔 아... 아들이구나... 그렇구나... 그냥 아들,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같은 성인 것이 좋다고 하니 아... 그래. 나도 같은 성인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 아들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부터 둘을 데리고 밖으로 가면 할머니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하세요.

"에고, 아들만 둘이어서 어째. 엄마가 힘들겠네. 너네 엄마한테 잘해야 해"

음... 초반엔 왜 저런 말씀들을 하실까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어요.

두 아들이 그리 저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거든요.

뭐... 지금은 아들이어서 그런지, 제가 피곤이 쌓여서 그런지 그냥 좀 힘들 때가 꽤 있긴 해요.

특히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해야 할 때... 어느새 목소리 톤이 조금씩 올라감을 느껴요.

성별이 달라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살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적응해 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서로 조금씩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장밋빛 기대도 해보고요.

현실은 뭐... 장밋빛 반 진흙탕 반이긴 하지만요. ㅎ


그런데... 아들 셋을 키우신 어머님께서는 저를 볼 때마다 이야기하십니다.

"딸을 하나 낳아야 할 텐데... 엄마에겐 딸이 필요해. 셋째 낳을 생각 없니?"

음... 아들 셋이 어머님께 잘하는 것 같은데, 어머님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나 봐요.

남편이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면 탈의실에 같이 가서 봐드리지도 못하고 여자끼리 알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도 제가 나이 들면 남자들만 있으니 여자 혼자 힘들지 않을까 가끔은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셋째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셋째가 딸이라는 보장도 없고, 나이도 많고, 지금까지 7년 넘게 아이들을 보느라 내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입덧이라는 무시무시한 것을 두 번이나 경험하다 보니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런데 어찌 매번 저를 볼 때마다 딸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하시는지...

처음엔 그래... 어머님께서 아들만 셋이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 이후 과정이 뻔히 보이는데 그걸 다시 할 자신이 없어요.

예전엔 웃는 얼굴로 "어머님,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못해요. ㅎㅎ"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번 추석에도 같은 이야기를 하시길래 조금은 단호(?)하게 말씀드렸어요.

"어머님, 셋째 낳을 생각 없어요. 나이도 있고 지금 두 아들 보는 것도 힘든데, 셋째라뇨. 낳기만 하면 누가 키워주는 것도 아니고... 입덧 다시 할 자신도 없어요. 둘만 잘 키울래요."

"얘, 지금은 몰라도 네가 나이 들면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거다."

음... 그럴까요? 저도 딸이지만 친정 엄마께 그렇게 살갑게 하지는 않거든요.

모든 딸이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다 못하는 것도 아니고...


성별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요?

그냥 아이들이 본인들 인생 독립적으로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제 인생을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음부턴 딸 타령 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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