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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Sep 05. 2021

산골보다 더 푸른 갯골 산책, 시흥갯골생태공원


여행고픔증이 점점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가보면 좋은 초록의 갯골, 갈대숲 우거진 초록의 바다로 간다. 허한 가슴을 짭조름한 갯내음으로 채우기 위해. 왜? 요즘 워낙 일상이 심심하잖아.


시흥갯골생태공원은 1970년대 영화 <엄마 없는 하늘 아래>의 촬영지였던 갯마을이다.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는 소금을 만드는 염전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갯벌에서 조개를 캐다 파는 엄마, 삼 형제의 고난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필자 또한 이 영화를 보며 눈물 콧물 흘리며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염전을 중심으로 갯골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작은 소금밭과 오래된 소금창고가 현시대의 애환을 어루만져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원래는 아이들이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하느라 시끄럽겠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체험은 휴장 상태이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소래염전은 바닷물을 햇볕에 증발시켜 천일염을 만드는 곳이었다. 일본이 소금을 이곳에서 만들어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금 생산은 점차 채산성이 떨어져갔고 급기야 1990년대는 완전히 소금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 이후 주변은 개발의 급물살을 탔다. 다행히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도심속 이런 초록의 공간이 사람들의 삶에 건강한 허파의 역할을 한다. 



염전 주위에 볼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좀더 긴 갯골 산책을 원한다면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길을 걸어보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면 나선형의 계단이 높이 솟아오른 흔들전망대부터 올라가보는 것이 좋다.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 전망대 끝까지 이어져 빙글빙글 돌면서 갯골생태공원과 시흥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갯골의 역동성을 회오리바람에 연상하여 만들어진 건물이라 한다. 저 멀리 푸르름 속에 꽤 자리를 차지한 붉은색은 퉁퉁마디, 칠면초, 나문재 등 갯가식물들이 만들어낸 색이다. 가까이 가보고 싶다는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으로 난 길이 없다. 나름 산책할 코스를 그려보고 초록의 갯골로 발을 디딘다.



내리는 비가 기껍다. 은근히 시원하게 느껴지고 빗물에 초록의 갯골 색감이 더 진해졌다. 여름의 뜨거움 아래 단단해져서 가을을 나고 겨울을 준비하는 갯벌과 바다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갯벌에는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각종 어류와 양서류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 갯가에는 갈대가 빼곡하다. 지금은 갈대가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이다. 갯골생태공원의 가을이 너무나 궁금하다. 갯골이 은은한 가을빛으로 물들면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한다. 

갯골생태공원에서 가까운 곳에 미생의 다리가 있다. 자전거 다리, 안경다리 등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었는데 드라마 <미생>이 촬영된 뒤로 미생의 다리로 불리게 되었다. 소래포구와 갯골 생태공원으로 연결되는 물길이 지나는 곳에 세워진 자그마한 다리다. 일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 사진가들이 즐겨찾기도 하지만 이른 아침이 아니라도 다양한 갯가 생물과 풍성한 먹거리에 찾아드는 갈매기, 오리 등 새들이 휴식하는 오후의 망중한도 멋스럽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갯벌의 우아한 곡선미는 여유 한 자락을 그려내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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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여행은 경기도 역사문화생태관광지 홍보를 위한 경기유랑단 서포터즈로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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