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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31. 2021

술이 술을 부른다, 포천 전통술박물관 산사원

한잔해, 한잔해~ 스스럼없이, 늦은 밤에도 거리낌 없이 술잔을 주고받을 날이 곧 오겠지. 가을이 깊어가니 마음 한쪽이 무너져 내리고 술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친구가 그립듯 술이 고프다. 얼마 전에 완주의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에 들러 술에 대한 전반을 훑었다. 이번에는 술에 관해 좁지만 깊이 알 기회를 갖는다. 포천의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이 오늘의 가을 여행지다.


산사원은 포천 운악산 아래에 있다. 국순당의 설립자인 배상면 씨의 둘째 아들이 만든 회사, 배상면주가에서 세운 전통술연구소이자 술 테마박물관이다. 배상면주가라는 회사 이름에는 부친에 대한 기억과 빚는 술에 대한 자부심, 좋은 술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 산사원은 산사나무가 있는 정원이라는 의미다. 정원에는 200년 된 산사나무 열두 그루가 심어져 있다. 산사나무 열매가 들어간 산사춘이 배상면주가에서 만든 인기 술임을 떠올리면 산사원이라는 이름에 수긍이 간다.   

 

야외전시장부터 둘러본다. 막걸리 시음이 이뤄질 때는 시음 후 정원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막걸리 시음행사를 하지 않으니 가을색이 고운 정원이 먼저다. 정원을 가득 채운 것은 산사원의 대표 이미지인 400여 개에 이르는 초대형 술항아리들이다. 패션쇼의 런웨이를 걷는 듯한 모습이 압도적이다. 줄을 맞춰 도열한 항아리들을 세다가 '이 항아리 하나에 얼마야?'라는 속물적 아니 경제적 계산을 해보려는 시도를 하다가 멈춘다. 미학적으로 전시된 공간에서 문화의 향기와 역사, 자연 속 여유를 느껴야 하는데 돈으로 가치를 따지려 하다니 스스로를 반성한다.


항아리들이 있는 곳은 술 숙성 공간인 ‘세월랑’이다. 술항아리들이 만든 길을 따라 걷는다. '느린마을' 산사원은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항아리 사이 틈을 지나 가로지를 수가 없으니 길을 따라갈 수밖에. 좌측으로는 근대 양조시설을 전시한 공간이 있고 우측 너머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누각이 보인다. 술연구소는 문이 닫혀있다. 역시나 얄미운 코로나때문이다.


솔솔 흘러나오는 술향기 사이를 걷다가 실내전시관에 들어간다. 집에서 빚어 먹었던 가양주부터 설명이 시작되는 전시실은 깔끔하고 세련미가 있다. 관람 도중 느닷없이 '외할머니의 부엌'의 생활사전시관이 떠오른다. 산사원과 외할머니의 부엌은 전시장의 크기나 전시 스타일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고자 한다는 맥락에서는 통한다.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수집하고 지켜나가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룩, 소줏고리, 증류기, 전국 유명 전통주 지도 등 술에 관련된 전시물이 동선에 따라 일목요연하다. 전시공간이 전체적으로 쾌적하고 알차다. 술에 관한 글귀에서 느껴지는 해학에 미소가 떠오른다. 술 빚는 과정이 닥종이 인형과 모형으로 제작되어 회전하는 전시물을 지나면 판매장이 있는 지하층으로 내려간다.


오로지 술! 외길인생을 살아온 우곡 배상면 씨의 기념관도 지하층에 있다.  손때 묻은 수첩과 관련 사진들이 기념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난 어디를 가나 뭔가를 사는 사람이다. 역시나 이곳 판매장을 지나칠 리가 없다. 복분자음을 구입하고 구입 가격이 2만 원이 넘어 막걸리 한 병을 서비스로 받았다. 복분자음을 마셔본 결과 단맛이 덜하고 맛에 깊이가 느껴진다. 술을 잘 마시지 않는 이라도 산사원 박물관과 정원을 관람하다 보면 우리나라 전통술과 술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다. 산사원은 술항아리 정원, 술 문화 바로 알기, 짜임새 있는 전시관에 더하여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는 갖가지 술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을 달래줄 좋은 친구다.


전통술박물관산사원 031-531-9300

경기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관람시간 08:30~17:30

관람요금 4,000원(성인)

홈페이지 http://www.soolso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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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여행은 경기도 역사문화생태관광지 홍보를 위한 경기유랑단 서포터즈로 운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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