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꽃에 압도되었다. 그래서 더 꽃에 빠져들었는지도...
세상사가 만만치 않았을 때 흐드러지게 피어 붉은 보랏빛을 기세 좋게 뿌려대던
카리스마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은 느낌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색으로 칠해버렸다.
이제부터 이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라고 말해주었다.
그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지금은 한라산 1100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지만 처음 한라부추를 보았을 13년 전에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몇몇 이들만 알고 있던 곳으로 나는 이곳이 내 마음의 꽃밭이라고 여겼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이상하게 가을날 제주에 갈 일이 드물었다. 한라부추가 한창 필 때가 추석 즈음이라 특히 때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가 가장 크리라.
오직 한라부추 하나만을 위해 가을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꽃, 그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끝없이 눈 맞춤을 하였다. 한동안 그 꽃밭이 눈에서 떠나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