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는 역시 맛! 그곳이 경상남도일 지라도.
통영에 살고 통영을 잘 아는 여행작가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 셋과 함께 통영을 여행하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대답은 루지를 타고 여건 되면 케이블카도 타고 평인일주도로를 드라이브 하면서 여유를 느끼라고 한다. 2박 3일이라도 볼 게 너무 많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알려준다. 계획은 2박 3일 이었으나 김장날짜와 겹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친정 엄마가 주문한 절임배추 배송 날짜가 고정 되는 바람에 나 혼자만 1박 2일을 하고 고속버스로 서울에 올라와야 했다.
여행 날짜를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데 굳이 왜? 하겠지만 네명이서 날짜 맞추기도 쉽지 않거니와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너무나 소중한 순간은 찰나처럼 지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친구들의 삶의 태도를 충분히 수긍하기에 통영여행을 강행하였다. 나로선 너무 짧아 아쉬웠던 통영이었다. 짧게 만났으나 매혹적인 곳, 통영은 친구들과 수다 떨고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기 좋은 여행지였다.
통영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동피랑벽화마을이다. 말랑말랑한 여전히 소녀감성인 친구들은 벽화마을을 걸으면서 한컷한컷 자신의 가장 젊은 날을 사진으로 담았다. 대상을 찍는 것에 익숙하지만 내 자신이 찍히는 것에는 어색한 나는 친구들의 요구에 벌쭘하게 자세를 잡아 보기도 한다. 분위기에 따라 몇 컷을 찍히며 나 자신의 복장불량을 점검했다. 어느 각도가 예쁘게 찍히는 지 시도해 본적이 없는 나는 아직 사람을 찍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
무조건 루지는 타야한다고 친구들을 이끌었다. 헬맷을 쓰고 루지를 타러 곤도라에 오른다. 출발점에 서니 꽤 긴장감이 몰려온다. 이런 거 타본 적 없다며 성화를 하더니만 막상 타고 나니 앞서 출발한 나를 휙 지나치더니 씽씽 앞으로 나간다. 역시, 내재된 끼는 젊은 여인이 분명하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자이고 싶고,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젊은이의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50이 넘었더라도 꽤 재밌는 내리막길 카트, 루지는 타볼만하다.
루지를 타고 난 후에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드라이브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정처없이 해변을 돌다가 멋진 경치가 나오면 멈춰서 서로의 추억을 담아준다. 몽돌해수욕장에서 볕을 쬐며 나른한 오후를 흘려보낸다. 어느 곳을 가도 멋스럽지 않은 곳이 없으니 역시 통영이다 싶다.
통영여행에서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맛의 향연이다. 통영시장에 들어서면 싱싱함이 철철 넘친다. 굴로 유명한 통영답게 요즘 먹기 좋은 탱글탱글한 굴이 시선을 사로잡고 갖가지 해산물이 즐비하다. 이런 바다 보물창고와도 같은 통영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음식이 다찌다. 일본말이다 싶은데 다찌는 선술집을 말한다. 술이 기본이고 그에 맞게 안주를 내온다. 저녁을 먹으로 간 우리는 다찌 4인분을 주문하고 술은 뭘로 하냐는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청하를 하겠다고했더니 대뜸 4병을 가져다준다. "우리 4병을 주문하지 않았는데요", 기본으로 1인상에 1병으로 나오는 것이란다. 다찌를 처음 접한 우리는 신선의 극치를 달리는 해산물의 향연에 흠뻑 빠져든다. 제철 해산물을 다양하게 요리하여 계속 가져다 준다. 처음부터 너무 배가 부르다싶게 먹으면 손해다. 맛있는 것을 집중 공략해서 먹어야 끝까지 놓치지 않고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는 여행작가가 추천한 대추나무다찌는 로컬맛집이 확실하다. 관광객은 보이지 않고 동네분들이 친우를 부르며 술잔을 기울이는 곳이었다. 끝도 없이 나오는 해산물에 입이 즐겁다. 나중에는 무뚝뚝하게 접시를 툭 던지듯이 내려 놓은 것도 거슬려보이지 않는다. 이정도 내 오는데 그정도 투박함이야 감당할 수 있지. 2인 60,000원, 1인당 30,000원의 꽤 높은 가격을 고스란히 보상받은 맛집이다.
대추나무 다찌 055-641-3877(★★★★★)
경남 통영시 항남1길 15-7 지도보기
영업시간 18:00~24:00 비정기휴무
여행 전에 친구가 맛집을 검색하더니 이곳은 꼭 가자고 한 집이 있다. 꽤 유명세를 떨친 집이란다. 한마음식당, 굴삼합이 메인으로 굴, 삼겹살구이, 굴무침, 굴전, 물회, 석화찜, 굴탕수육, 굴어묵, 굴조림, 굴밥, 생선구이, 생굴까지 코스로 맛볼 수 있다. 이곳 역시 1인당 30,000원이다. 굴이라는 단일된 재료로 이토록 다양한 맛이 나오다니, 꽤 그럴싸한 맛집이다. 서비스가 특히 돋보인다. 재활용을 하지 않으며 손님을 하루 300명만 받는다고 한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음식의 양이 너무나 많아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통영여행에서 살찌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야할 판이다.
한마음식당 055-645-0971(★★★★)
경남 통영시 해송정1길 6 지도보기
영업시간 09:00~21:00(금,토는 30분 늦게 열고 닫음)
통영여행이라면 굴 요리든, 다찌든 한 가지 정도는 큰 맘먹고 먹어보자. 첫번째는 다찌, 그 다음이 굴요리다. 그리고 통영의 별미인 충무김밥과 생선구이 정식 같은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너무 달아서 한 두개밖에 못먹겠다 싶은 꿀빵도 나름 통영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항구도시의 분주함과 그에 따른 바다 먹거리가 풍성한 통영 여행은 맛의 추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