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연재]우울하면 좀 어때

2.자존감이 낮은 여자

by 문학세계사


2.자존감이 낮은 여자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나요?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무기력하며 늘 우울한가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왜곡된 상태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해지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 된다면...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주변 사람들이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 배우자나 연인, 부모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에서 나만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면...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당신의 내면과 자존감을 점검해봐야 할 때입니다.

혼자서 가만히 ‘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인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김승기(시인, 김신경정신과의원 원장)

불안하고 예민한 28세 새댁이 남편과 방문했다. 사람들이 많은 데 가면 가슴이 뛰고, 요새는 슈퍼만 가도 사람들이 볼까 두근거려서 통 밖을 못 나가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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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rpita Mukherjee Sharma, 출처 health.com


“남 눈치를 보게 되고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어요.”,

‘내가 쳐다보면 불편하지 않을까? 내가 쳐다보면 그 사람들이 나를 못생
겼다고 무시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이 있는 곳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하지 않다는 그녀!

그녀의 성격은 아주 강박적이어서 자기 생각, 자기 생활 방식대로 꼭 되어야만 마음이 편하다. 나는 그녀에게 그녀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젊고 예쁘기만 하다 했더니, 괜히 자기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다고 했다. 나는 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을 했다.


다음 날 그녀는 약간 기분이 좋아져 혼자 왔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식이 좀 덜 되더란다. 결혼식장도 혼자 갔다가 왔는데, 아주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 많은 데 가니 또 심장이 많이 뛰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면 못생겼고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러나 그런대로 참을만했고 또 갈 수 있을 것 같고, 어제 내가 말해 준 ‘젊고 예뻐 보인다.’라는 말이 생각나서 위안이 되더란다. 그런데 식장에서 좀 화가 나고 기분이 안 좋았단다. 자기는 손님으로 식장에 갔으니 당연히 친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았고, 업신여긴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영 안 좋았단다. 친절해야 할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으면 적으로 보게 되고 화를 내게 된다고 했다.

두 번의 면담에서 환자에게 문제가 되는 역동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치료를 위해 진단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닌데, 굳이 붙인다면 대인공포(사회불안이라고도 한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 심리적 원인으로 그녀의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고, 이 때문에 남을 너무 의식하며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낮은 자존감은 참으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대인관계에서 업신여긴다는 등 쓸데없는 생각을 하여서 자신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이 환자를 보라! 자신을 예쁘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뭐 유명인도 아니건만 모든 사람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업신여긴다니, 또 식장에 가면 의례적일 수도 있건만, 반드시 친절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적이라 생각한다니! 세상만사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 이를 인지 왜곡이라 하는데, 그녀는 인지 왜곡 때문에 지금 대인 공포증을 앓으며 힘들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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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lasiewicz, 출처 envato elements


그렇다면 이런 인지 왜곡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녀의 과거 상처들이 그렇게 만든다.
아마도 면담을 하다 보면 하나하나 나올 것이다. 힘들었던 많은 사건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의 어릴 적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 부모는 항상 다투었고, 결국 이혼하여 환자는 엄마와 둘이 살았다. 엄마는 사는 것을 힘들어 하고 귀찮아했으며 매사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이어서, 자주 때렸다고 한다. 그럴수록 ‘엄마가 자기를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더욱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이 때문에 유치원에 안 가려 했으며, 유치원 생활도 적응을 잘 못 했다. 사람을 사귈 줄 몰라서 늘 외톨이였고, 엄마를 은연중 닮아가서 마음에 안 들면 토라지고 폭력적이 되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었고, 고등학교 때 반 친구 여러 명이 그녀의 폭력적 행태를 집단으로 문제삼았다. 그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한다. 이때부터 모든 것을 참고 혼자 속으로 삭이며 화를 내지 않고 남의 눈치를 보는 아이가 되었다.
당연히 환자는 이런 환경에서 자라며 칭찬이라곤 받아본 적 없고, 상처뿐인 환경을 거쳤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절한 생각과 감정, 그리고 세상에 대한 믿음,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생길 수가 있겠는가?
앞으로 면담을 통해 이런 과거 문제점들을 살펴 직면케 하고, 하나하나 해석하며 고쳐 나가고, 이를 반복하며 스스로도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시중엔 자존감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자존감, 정말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들이 그렇듯이, 가슴에 남는 것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자존감은 미사여구로 갈무리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또 무조건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자존감을 높이자!, 높여야 한다!’라고 외치며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낮은 자존감을 갖은 사람 내면엔, 자기에 대한 많은 잘못된 인지 왜곡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 낸 과거와 상처들이 존재한다. 그 상처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치료해 나갈 때, 비로소 ‘온전한 한 사람’이 되어 자존감을 회복할 것이다.

이 세상에 원래 ‘높은 자존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를 존중하
는 마음’이 존재할 뿐이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은 ‘자기를 이 세상에 하
나의 온전한 개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처방전:

세상을 있는 그대로 ‘온전한 개체’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누구나 편견이라는 인지 왜곡이 존재합니다. 단지 이 환자와는 다르게, 흔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일 뿐입니다. 불가에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으면 부처’라고 합니다. 중생이 어떤 일을 볼 때 반드시 거기엔 잘못된 생각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희로애락에 물든다고 합니다. 어쩌면 부처는 스펙트럼입니다. 일 퍼센트 부처, 오십 퍼센트 부처, 백 퍼센트 부처의 형상으로 존재합니다. 당신은 몇 퍼센트 부처인가요?

쓸데없는 선입견 없이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백 퍼센트 부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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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김승기는 ‘휴지 빼주는 남자’로 불린다. 매일 병원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환자들의 하소연을 듣고, 옆에 앉아 그들의 젖은 눈을 위해 티슈를 빼주곤 한다. 가끔 시를 쓰고, 여행을 떠나고, 강연을 하고, 술을 마신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2003년 시전문지 《리토피아》로 등단하여 시집 『어떤 우울감의 정체』 등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정신과 전문의 김승기 시인의 자존감 처방전'- 『우울하면 좀 어때』를 출간했다. 한국정신분석학회 정회원, 김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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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북에서 보기: https://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4897236&tab=introduction&DA=LB2&q=%EC%9A%B0%EC%9A%B8%ED%95%98%EB%A9%B4%20%EC%A2%80%20%EC%96%B4%EB%95%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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