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24
참으로 많은 날들이 지나 있다.
나의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여
‘글 쓰는 일쯤’이라 감히 구분 짓고 방치했다.
흘러갈 듯하던 아픈 시절은 홍수가 되어 넘칠 듯 말 듯
여전히 나와 당신의 사이를 흐르고 있다.
폭발하듯 푸른빛을 내뿜던 녹음綠陰이
가을바람에 힘없이 아스러져가는 것을 보며,
활기를 잃어가던 마음이 경쟁하듯 속도를 낸다.
마침내 먼저 끝이 누렇게 타들어갈 지경이 되어 버린다.
몇 달 간격으로 '작가님의 글' 을 재촉하는 메시지가 왔고
모르는 척했다.
그런 식으로 모르는 척하며 지나 보낸 숱한 일들을 되짚는다. 그렇듯 나를 재촉해 주었던 모든 것들도 떠올린다.
잠깐 내린 비에도 축축하게 젖은 흙냄새가 진동을 하는
가을 초입의 밤에,
구름 덕에 아주 검지 못한 밤의 빛이 안타까워,
어둠조차도 마음껏 어둡지 못한 매일이 한탄스러워
코끝이 시리다. 심장이 시리다.
후회라 하기엔 이르고,
미련이라 하기엔 아직도 멀다.
제대로 한 몸 들여놓아 본 일보다
물 온도 확인하듯 손끝으로 엷게 그어놓은 선線 의 모양을 닮은 일들이 허다하다.
이내 그 안타까움이 나를 향하지 않도록,
나의 나태가 정당화되지 않도록
심장을 쥐는 심정으로 옷자락을 있는 힘껏 움켜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