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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e Nov 27. 2022

Sunflower

떨림의 농도


하루의 안위를 바라는 마음이거나, 헤어짐을 아쉬워하거나 하는 마음으로 연인과 짧은 입맞춤을 하고 각자의 차로 올라탔다.

-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요

그 사람의 회사는 나의 집과 방향이 같고 썩 가까운 곳이기는 한데, 기다란 이등변 삼각형의 꼭짓점들에 가까운 포지션이라, 서로 달려가야 할 길이 다르다. 먼저 출발해 내 차 옆을 지나치며 살짝 열린 창으로 흔드는 그의 손을 바라보다, 문득 달려가 저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그냥 그의 차를 쫓아 달려보기로 한다.


요즘 한참 빠져서 거의 모든 앨범의 모든 곡을 매일 반복 재생하고 있는 가수의 Sunflower 라는 곡을 BGM으로 깔고, 달리는 그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그 사람은 모르지만, 왠지 함께 하는 아침의 조깅인 것도 같고, 곁에 앉아 함께 드라이브를 하는 중인 것도 같다. 따로 또 같이라는 느낌. 괜스레 마음도 두근거리고 묘하게 짜릿한 설렘이 인다. 노래 가사 마냥, 해를 쫓는 해바라기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나는, 이렇게나 그 사람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구나, 조금 가엾기까지 하다.


이제 운전경력이 1년 반을 조금 지나고 있는 내가 어떻게 경력 20년 차가 다 된 그의 차를 쫓을 용기를 내었느냐면, 그가 달려갈 길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늘 안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를 쫓아 달리니 내비게이션에서 규정속도를 조금만 넘어도 울리는 경고음도 들리지 않아 잡음 없이 음악 감상도 가능하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다. 안전 운전도 하고, 음악도 좋고, 비록 차 뒤통수뿐이지만 그를 볼 수 있으니.


곧 좌회전을 할 거라고, 이제 우측 차선으로 달릴 거라고 깜빡여주는 그가 탄 차의 방향지시등에서 이상하게 온기가 느껴진다. 함께 걸을 때, 이쪽으로 오라고, 부드럽지만 힘 있게 잡아끌어주는 그 사람의 손길처럼 따뜻하고 심장을 건드리는 온기.

요구하는 것이 도통 없는 사람인데, 맨홀 위로 걷지 말라거나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지 말라거나 하는, 소소하게 하지 말라는 잔소리들이 종종 있는 편이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까지도 애정이 잔뜩 묻어 있어 그의 말대로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내가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 따뜻함, 다정함. 

그렇긴 해도, 원체 안전운전을 하는 사람이기는 한데, 오늘은 방향등도 조금씩 이르게 켜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 같은 것이, 내 미행을 눈치라도 챈 걸까.


같은 가수의 음악이 '오직 당신만이 나를 제어할 수 있으니, 나를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은근하게 농밀한 가사의 곡으로 변했을 때, 그의 차가 방향지시등을 켜고 자유로의 넓은 4차선 우측 끝으로 하나씩 차선을 옮기기 시작한다. 어느새 그가 내려가야 할 IC 가 다가오고 있다. 아까 인사를 했으면서도, 괜히 몰래 따라다니다가는 또다시 헤어질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입이 삐죽삐죽한다. '잘 가요-' 하고 혼잣말로 인사말도 중얼거려본다.

그때 그 사람 차의 노란 비상등이 끔뻑거린다. 속도를 살짝 줄이고 이쪽을 보라고 손짓하듯,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곤 곧 조금 속도를 내며 출구로 빠져나간다.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쑥스러운 기분이 잠시 들었다가, 달리는 내내 나를 배려해 운전해준 그 사람을 생각하니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당장 달려가 끌어안고 깊고 깊은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려서.


몸속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 차 충만한 기분이 되어 나의 남은 길을 마저 달린다. 오늘따라 하늘도 더 파랗고, 구름도 더 예쁘다. 이제야 그런 것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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